[전남일보]도선인 기자의 인도네시아 미술여행>제3세계 이룬 아시아의 공간…아트자카르타를 가다
19일까지 나흘간 자카르타서 개최
동남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박람회
아라리오 등 국내갤러리 7개 참여
노보·박지현 젊은 한국작가 ‘눈길’
“글로컬 정체성 예향 광주 지향점”
입력 : 2023. 11. 19(일) 14:17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 자카르타’의 제13회 행사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68개의 갤러리가 참여한 가운데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지엑스포 박람회장에서 열렸다.
올해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됐다. 동남아시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예술분야 역시 역사가 깊다. 불교와 힌두교 문화가 숨쉬는 유적들, 현대미술을 이끄는 아트씬,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이 펼쳐진 인도네시아로 미술여행을 떠난다. <편집자주>

‘아트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미술시장)다. 아트 자카르타의 성격은 뚜렷하다. 아시아 국가의 갤러리만 참여할 수 있고 동시대 최전선에 있는 실험적인 작품들이 등장한다. 아트 자카르타만의 ‘트랜디한 아시아성’은 미술애호가들의 화제를 모았고 개최 10여년만에 꼭 방문해야 할 국제 예술 박람회 중 하나로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됐다.

현대미술의 중심축이 된 아트 자카르타의 제13회 행사가 지난 17일 프레스 오프닝을 시작으로 19일까지 자카르타 지엑스포(JIEXPO) 박람회장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68개 갤러리(인도네시아 40개·해외 28개)가 참여했다. 해외갤러리 참여국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베트남, 대만, 중국, 일본, 러시아, 호주 등이다. 국내는 아라리오 갤러리, 백 갤러리 등 7곳이 전시 부스를 선점했다.

서울과 천안에 각각 지점이 있는 아라리오 갤러리는 국내 작가들을 포함해 인도네시아·필리핀 작가들의 작품까지 총 25점을 소개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 에코 누그로호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에코 작가는 만화적인 캐릭터와 함께 화려한 색채의 배경을 팝아트 형식으로 묘사해 주목받았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인도네시아 소수마을 전통 자수기법을 사용한 에코 작가의 ‘자수 회화’ 작품을 내걸었다.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국내 갤러리가 해외 작가의 작품을 해당 작가의 자국에서 실현하는 것이 아트 자카르타에서 지극히 가능한 일이다.

강소정 아라리오 갤러리 총괄디렉터는 “아라리오의 정체성은 아시아 미술에 있다. 서구 중심의 미술이 아닌 자국의 지역과 아시아 국가들의 미술에 집중해 ‘글로컬’을 이룬 아트 자카르타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같은 선상에 있다”며 “올해 세 번째 참여인데 올해는 페인팅에만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출품된 것 같다. 동시대를 넘어 미래 잠재적인 유행을 선도한다”고 말했다.

아트 자카르타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 최초의 나이키 협업작가 노보.
국내 최초 나이키 협업작가로 유명한 노보의 작품 또한 서울 소재 백아트 갤러리 소개로 아트 자카르타에 출품됐다. 노보 작가는 현대사회 일상의 소품을 특유의 그림일기 화풍으로 묘사한다. MZ세대 컬렉터의 취향을 저격해 젊은 층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노보 작가는 “평소 그려왔던 정물화, 실내풍경 등의 작품을 가지고 왔다”며 “백아트 갤러리 협업작가로 자카르타에서 작품을 소개할 기회가 생겼다. 나만의 감성을 알아주는 인도네시아 컬렉터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버려진 인쇄소의 재단용 합판을 이용해 만든 설치작 ‘도무송 시리즈’로 잘 알려진 박지현 작가 또한 이번 아트 자카르타에서 주목할만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아트 자카르타 행사장에는 아시아 각국의 갤러리 전시 부스 사이 곳곳에 동시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판단되는 작품을 단독으로 소개한 스팟 코너가 있다. 그 중 현지 대기업들의 후원 또는 협업으로 제작된 오직 아트 자카르타만을 위한 신작이 포함돼 있다. 박지현 작가는 여기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한국인이다.

제13회 아트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기업과 콜라보 작품을 선보인 박지현 작가. 그 뒤로 해당 작품 ‘도무송 시리즈’가 보인다.
박지현 작가는 “인쇄 거리가 성행했던 을지로에 작업실이 있다. 인쇄소에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는데, 그 문제의식을 이곳 인도네시아에서도 체감했다”며 “인도네시아의 인테리어 브랜드인 TACO(타코)와 콜라보 작품을 제작했다. 버려진 인쇄 재단용 합판에 컬러 레진을 입히는 작업방식에 타코의 제품인 가구 시트지를 사용했다.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외 서울 소재 아뜨리에 아키, 예화랑, 띠오, 부산 소재의 갤러리이배, 서울과 부산에 각각 지점이 있는 비트리 갤러리가 아트 자카르타에 참여했다. 키치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페인팅, 팬데믹·무분별한 건축·기후위기·빈부격차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뚜렷한 작품, 버려진 것을 오브제로 재사용한 설치작이 눈에 띄었다.

아트 자카르타를 만든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아트 컬렉터 톰 탄디오.
아트 자카르타의 성공은 민간이 주도하는 아트페어라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자동차 관련 사업의 재력가 톰 탄디오는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아트 컬렉터로 아트 자카르타를 기획했다. 그는 ‘글로컬’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선택과 집중을 했다. 관 주도의 예술 행사가 지배적이고 특색이나 자체적인 기준 없이 확장에만 몰두한 예향 광주의 지향점일지 모른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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