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탐방기] 디아스포라 고려인 '동행열차'에 올라서서…
선조들 '신한촌' 건설했듯… 좁은땅 울타리 넘어 대륙으로
조선족, 연변 사람, 고려인…따뜻한 손길 한번 건네지 않고
우린 마치 이민족 대하듯
2017. 12.17. 17:00:00

80년전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은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흩어져 농업 등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사진은 한민족 시원으로 일컬어지는 바이칼 호수 전망대. 이르크추크(러시아)=배현태 기자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국외여행이라도 갈려고 하면 "해외 여행 간다"고 말한다. 한반도와 연결된 나라. 중국이나 러시아, 중앙아시아를 여행 가도 "대륙 여행 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수입해온 물건도 대륙 어느 국가에서 수입해와도 "물 건너왔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 우리는 잊고 살았다. 바다로 둘러싸이지 않은 나머지 한 면. 달리고 달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땅덩어리. 광활한 중국, 몽골, 러시아 대륙. 실크로드가 있는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이어지는 길!

우리는 이 거대한 땅. 나머지 한 쪽 통로를 잘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옛 고구려, 발해 땅도 머릿속 지도로만 기억했다.

중국, 소련, 북한이 버틴 수십 년 세월이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며 살도록 크게 한몫했다. 그래도 통 크게 생각하며 살지 못한 우리 잘못이 더 크다.

현재는 어떤가?

분단된 조국에 사는 우리는 여전히 대륙에 대한 생각이 탁 트이지 못하다. 크고 작은 변화, 발전은 있었으나 대부분 사람들이 아직은 실감하지 못한다.

아직도 대륙에 사는 사람을 육로를 통해 직접 접할 수가 없다.

대륙에 거주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인터넷 발달과 한류, 케이팝 영향은 닫힌 문 사이로 언제든 쉽게 손을 잡을 수 있게 해주었다.

중국의 개방 개혁 정책, 소련 연방 해체도 대륙에 변화를 몰고 왔다.

시베리아 철도 연결 방안, 천연가스 도입 사업, 연해주 지역에 대규모 농장 건설 등 우리 정부, 기업,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계획이 준비되거나 실행되고 있다.

모든 일은 우리 한인들의 맹활약이 있었다. 앞으로도 대륙에서 우리 경제, 문화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 대륙은 우리 미래 세대가 살아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대륙을 개척하는 일은 거리낄 이유가 없다. 우리 민족 시원인 바이칼 호수가 자리하고 있기에 이 일은 타당하다.

우리 민족이 고구려, 발해를 세워 살았던 곳이었기에 우리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륙 진출에 있어서 참 다행스러운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대륙 곳곳에 우리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에는 동북 삼성 지역에만 200여만 명 우리 동포들이 운집해 있다.

러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큰 땅덩어리에 점이 박혀 있듯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조지아, 우크 라이에 우리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다.

1937년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 당한 우리 선조들의 후손들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인데 우리 민족 한인이 우리가 등한시했던 한쪽 면, 새로운 길 요소요소에 살고 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만주, 연해주 지역을 개척한 우리 선조들께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들은 지금 우리와 미래세대에게 거룩하고 숭고한 거름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 후손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다.

해방 이후 고국으로 돌아오라고 따듯한 손짓도 제도로 한번 하지 않았다. 조선족, 연변 사람, 까레이스키, 고려인이라고 이민족 부르듯이 이들을 불렀다.

외국인들을 위한 '다문화 정책'을 펼쳤어도 정작 우리 동포를 위한 정책은 없었다.이방인 취급을 했다.

어렵게 국내에 들어온 이들에게도 우리는 우리 말이 서툴다고 핀잔하고 호통쳤다.

이제 대륙을 다시 보자.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우리 한민족도 다시 바라보자.

통일을 준비하는 일도 국내에서만 준비하려고 하지 말자. 해외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제는 광활한 대륙으로 비춰보자.

이렇게 영역을 넓혀 생각하면 현지에 거주하거나국내에 입국해 있는 우리 동포들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진다. 이들이 있어 든든해진다.

지금부터라도 점처럼 대륙에 흩어져 있는 우리 한민족을 선으로 이어가자. 이 선으로 대륙에서 한민족이 앞서가는 지역을 넓혀나가자.

서둘러 동포들 입장에서 언어 교육, 경제 자립, 문화교류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바로 세우자.

이 모든 일이 지금 당장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일 같지만 이렇게 했을 때만이 우리 미래도 밝다.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포들이 우리에게는 정말 귀한 인적 자산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지금부터는 우리 미래세대가 살아갈 대륙을 꿈꾸자. 중앙아시아, 중국, 러시아를 아우르는 넓은 대륙을 품자.

우리 선조들이 연해주에 '신한촌'을 건설했듯이 대륙에 살고 있는 모든 한민족과 새로운 한국,'신한촌'을 대륙 곳곳에 다시 건설하자.

특히 중앙아시아에 흩어진 고련인들에 대한 명칭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스스로를 '꼬레 사람'이라고 칭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이들을 '고려인'이라고 우리 임의대로 부르고 있다.

우리와 다른 이방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고려인' 이렇게 부르는 순간. '너희들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야'라고 경계를 긋는 행위라는 걸 모르는 무책임한 일을 쭉 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러시아에 거주하는 동포들은 고려인이라는 표현을 잘 안 쓴다.

대부분 자신들을 고려 사람, 꼬레 사람이라 말한다. 까레이스키 이런 말도 안 쓴다.러시아 사람들이 우리를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 방송국 다큐멘터리에서 까레이스키라고 우리 동포를 표기하였다. 그들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고려 사람이라는 말도 고려인으로 바꿔버렸다.

국내 방송, 언론인, 지식인들은 한자 사람인을 갖다 붙여 고려 사람에서 고려인으로 만들어버렸다."우리도 코리아, 고려인인데 이들을 고려인이라고 부른다고 뭔 흠이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지금 고려인이라 말하지 않지 않는가? 고려 사람! 이 말은 연해주 조상들이 타민족에게 나를 소개하고 다른 민족과 구별하기 위한 대답이었다.

러시아에서 혹은 강제 이주당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에서 스스로 고려 사람이라 말하는 건 당연히 맞는 표현이다. 한국, 코리아, 고려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우리가 그들을 부를 때는 러시아 한민족, 중앙아시아 한인, 우즈베키스탄 교포, 카자흐스탄 동포 이렇게 부르는 게 맞다.

한때 중국 내 한민족을 우리는 연변 사람이라고 하거나 조선족이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동포, 중국 교포로 불러야 맞다"라는 생각들이 자리 잡았다. 중국 내 수많은 민족 중 조선족은 우리 한인, 한민족을 가리킨다.

다만 중국에서 거주하는 한인은 자신을 조선족이라 말할 수 있다. 스스로 다른 민족과 구분 짓거나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서 한민족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우리가 조선족이라 칭한다면 옳지 않다.

중국동포는 엄연히 우리와 같은 한인, 한민족인데 마치 이방인 부르듯 우리가 그들을 "조선족!"하고 칭한다는 건 그들을 우리와 다른 타인으로 구분 짓는 결과를 낳는다.

말은 씨앗과 같다. 잘못된 말은 잘못된 열매를 맺는다. 우리가 '고려인'이라고 잘못 말하면 말할수록 이들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그만큼 늘어만 간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 민족 구성원을 타인처럼, 타민족 부르듯이 하지 말자.

'고려인 정책'이라는 표현 대신 '재 중앙아시아, 재러시아 동포 정책'이라고 하자.'고려인 마을' 이런 표현보다 '중앙아시아 한 민족 마을', 혹은 강제 이주당한 선조들이 그리워했던 극동지역을 가리키는 '원동마을'로 바꾸어 부르자. 우리 민족임을 강조하거나 이분들이 겪은 역사를 듣는 사람이 곱씹어 보게 하는 표현으로 바꿔보자.

중앙아시아 한민족, 러시아 동포 이렇게 우리가 불러주는 표현이 정확하고 바르게 되면 당장 필요한 정책 방향도 제대로 잡히게 된다.

지금은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질 않은 모양새이다.

고려인! 이렇게 우리와 다른 타인처럼 자꾸 말하니 이들이 겪는 어려운 일은 내 일이 아니다. "남 일인데 불쌍하니 거들어주세요"하고 말하는 셈이다.

거듭 강조하고 싶다. 중앙아시아에 그리고 러시아에 흩어져 살고 있는 동포들에게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잘못된 호칭 문제를 바로잡는 일이다.

동포라는 표현 한민족, 교포라는 지칭은 이들에게 같은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기쁨은 물론 정신적 안정감을 갖게 하기에 더욱 그렇다.

한번 입에 붙은 표현을 바꿔 부르면 처음엔 이상하다. 고려인! 자주 썼던 옛 표현이 절로 튀어나올 수 있다. 그래도 바로잡자. 우리 동포들이 겪은 고초를 생각한다면 이 일이 뭐 어려운 일인가?



최창호 숲속의 핀란드 펜션 대표

실시간 HOT 뉴스

가장 많이본 뉴스

기사 목록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