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 후폭풍…광산구청장-노조 ‘구조조정 발언’ 정면 충돌
박 구청장 “시민 피해 사과는 노조 몫”
노조 “노동자 거취는 노사가 결정할 사안”
1시간 면담에도 평행선…사과 없이 종료
노조, 구청 앞 항의 시위 예고…갈등 확산 조짐
입력 : 2025. 05. 28(수) 17:50
28일 오전 광주 광산구청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타이어 지회가 박병규 광산구청장의 ‘공장 구조 조정 가능성’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했다. 이정준 기자
28일 광주광산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금속노동조합 타이어지회의 성명문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발언을 하고있는 박병규 광산구청장. 이정준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청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광주공장 화재 이후 불거진 ‘구조조정’ 및 ‘공장 이전’ 발언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금호타이어 노조의 항의 성명에 대해 강도 높게 반박하며, 되레 노조가 시민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구청장은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2일째인데 오히려 노조가 먼저 노조원 고용 안정과 생활 대책이 무엇인지 견해를 내놓아야 한다”며 “노조가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전국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박 구청장이 지난 27일 화재 관련 간담회에서 “공장 재투자나 이전 가능성은 작다”, “명예·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라고 언급한 것을 문제 삼고,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화재를 핑계로 구조조정을 종용하는 박병규 구청장은 즉각 사과하고 발언의 진의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노조 관계자 20여 명은 광산구청을 찾아 구청장실 앞에서 1시간가량 연좌시위를 벌이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노조는 박 구청장과 면담 과정에서 “2500여 명의 생계가 달린 상황에서 외부 인사가 구조조정을 언급한 것은 명백한 고용불안 조장”이라며 “해당 사안은 노조와 사측이 협의해야 할 영역이지, 구청장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화재로 인해 2공장은 가동할 수 없고, 가동할 수 있는 1공장과 평택공장, 곡성공장 중심으로 생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공장 이전이 이뤄지는 것과 별개로 복구에 장시간이 필요한 만큼 노동자 전환 배치나 명예·희망퇴직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것이다” 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구청장은 사과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오히려 “노조는 시민들 피해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고용 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노조는 구청이 아닌 사측 경영진과 이야기해 방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맞섰다.

노조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의도 없이 외부에서 구조조정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명백한 고용불안 조장”이라며 “책임 있는 공직자의 발언이라면, 지역경제 회복과 노동자 보호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면담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종료됐다.

노조는 이후 조합원들과 논의를 거쳐 구청 앞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다.노조 한 관계자는 “구청장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병규 구청장은 면담 종료 후 “지역민의 바람처럼 금호타이어 공장이 함평으로 이전되길 바라지만 사측의 입장에서 전망한 것”이라며 “(이전 불발·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상황이 발생하면 수습하기 어렵다. 막연하게 이전할 것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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