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제12기 독자위원회> “탄핵 정국에 묻힌 지역 이슈·어려움 발굴해야”
20년 연속 지역신문발전기금 선정
한강, 5·18 등 탄핵에 묻힐까 우려
온라인 뉴스 시대, 사후 관리 필요
‘광주폴리’ 관심 제고 기사 의미 커
공공미술, 효율성 따질 유일한 예술
민생지원금 기획보도 판단에 도움
입력 : 2025. 03. 20(목) 18:17
전남일보 제12기 독자위원회가 20일 전남일보 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이 주요 이슈에 대한 지면평가 및 대안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전남일보 제12기 독자위원들은 지속되고 있는 탄핵 정국에서 지역사회가 놓칠 수 있는 부분에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일보는 20일 제12기 독자위원회를 열고 지난 두 달간 본보에 보도된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지역 정론지로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미경 위원장, 장춘식 위원, 김준기 위원, 박시현 위원, 정일성 위원 등 5명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다.

회의에 앞서 박성원 전남일보 편집국장은 “전남일보가 20년 연속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자’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알려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 21년간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역사에서 20년 이상 연속으로 선정된 일간지는 전국적으로도 전남일보·부산일보·강원도민일보·경남도민일보 등 4곳에 불과하며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지역 신문사 중 20년 연속 선정된 일간 신문사는 전남일보가 유일하다”고 자부했다.

이어 “지역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전남일보의 각종 기획취재와 사회공헌 활동, 편집 자율권 보장 등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어서 의미다 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독자위원분들의 많은 관심과 조언, 비판을 바탕으로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준수하며 책임 있는 언론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은 독자위원들의 의견.

이미경 독자위원장.
●이미경 위원장=탄핵 정국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오는 5월 프랑스 파리시립미술관에서 국내 작가들이 전시를 진행하게 됐는데, 현지에서 먼저 ‘한강의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진을 전시할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작가들은 사비를 들여 기록관에 요청해 관련 사진들의 인화 작업 등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나라가 온전히 탄핵에 잠식돼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같은 큰 일은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광주에서도 한강과 연계해 다양한 것들을 준비할 수 있는데, 탄핵 정국에서 이런 의견을 제안하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 언론에서도 더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온라인 뉴스 시대에 언론의 사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느낀다. 최근 한 교육기관이 학부모의 일방적인 모략으로 경찰 고발과 재판 등을 거치며 기사화됐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 무죄 판결 등 해당 기관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음에도 문제 발생 당시 보도됐던 기사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이다. 언론도 온라인화에 맞춰 사후 취재 등 관리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장춘식 독자위원.
●장춘식 위원=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국에 좌절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행정 마비로 평소라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야 할 것들도 더 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 모든 것이 뒤처지는 상황이다. 언론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전남일보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 선정 소식을 기쁘게 봤다. 편집 자율권 보장, 지역사회 공헌 등 여러 지표가 객관적으로 평가됐다고 생각한다. 독자위원으로서도 뜻깊게 생각된다.

지난 2월6일 ‘15년 된 광주폴리 시민 관심 필요’ 기사를 보고 광주폴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됐다. 무려 160억원 이상을 들여 25개국 35개 팀의 작가들이 참여한 작품인데, 이걸 아는 사람이 광주에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적은 예산으로도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살피지 않았다면 누구도 모른채 지출만 계속됐을 것이라고 생각돼 의미 있는 기사였다고 여겨진다.

김준기 독자위원.
●김준기 위원=한류, K-컬처 등 한국 문화·예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영국 가디언지에서는 방탄소년단을 두고 ‘가장 돈 많은 노예’라고 표현했다. 한국 문화는 구조 자체가 사람이 가치를 창출하지만, 유럽은 물건이 가치를 창출한다. 문화 인프라가 다른 것이다. 유형문화가 제대로 정립된 유럽에서는 문화유산이 국부를 상징하고, 자산 가치로 인정받는다. 한국 문화에서도 이러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컬렉션, 기록의 힘이 중요하다. 광주에서도 5·18민주화운동이 무형의 가치가 아닌 유형의 가치로 남아 광주의 자산이 돼야 한다. 과거 김대중 정부 때 공공기록법이 만들어졌지만, 이는 행정 감시 기능일 뿐 문화적 차원에서 기록하는 법적 근거는 전무하다. 이러한 부분에 언론이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지난 2월6일 광주폴리 기사의 경우 예술작품이라는 특성 때문에 강도 높은 비판이 어려웠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공공미술 작품은 우리가 효율성을 따질 수 있는 유일한 예술작품이다. 공공미술 작품은 공공의 장소, 공공의 재원, 공공의 의제를 담은 것으로 비효율적인 부분이 지적되거나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다. 이런 관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기사였고, 광주시 역시 관리·감독에 더욱 고민을 기울여야 한다.

박시헌 독자위원.
●박시현 위원=지난 2월10일 ‘일주이슈’로 보도된 전남 지자체의 민생지원금 관련 기획보도가 의미 있었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목적으로 전남 지자체 10여곳에서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와중에 그에 따른 긍정, 부정적 측면을 균형감 있게 기사화해 독자들이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등 민생지원금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기사였다고 생각된다.

전남일보와 광주도시공사가 공동주관으로 연 ‘기록, 민주화의 길 37년’ 사진전이 지난달 열렸었는데, 의미 있는 사진전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버리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 의미를 더욱 되새겨야 할 청소년이나 젊은 친구들이 볼 수 있게끔 중·고등학교나, 대학 등에서 추가적으로 사진전을 개최하거나 관련 사진을 지면을 할애해 순차적으로 게재해주면 이 혼란한 정국에서 민주주의의 참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정일성 독자위원.
●정일성 위원=광주 충장로의 상가 공실은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지만, 유동 인구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분들이 충장로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하고 가실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환경정비 문제도 심각하다. 아침에 골목을 살펴보면 각종 오물이 즐비하다. 공중화장실의 필요성을 느낀다. 특히 충장로 K-POP 스타거리의 경우 송정역 등에서도 광주 관광 명소로 소개되고 있는 곳인데, 콘텐츠는 고사하고 거리 정비도 엉망이다. 외지에서 보러 오는 분들이 있지만,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대구 김광석 거리 등을 참고해 전반적으로 콘텐츠는 물론, 공간 정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K-POP 스타들의 공연 영상이나 굿즈 판매점 등을 마련해 보자는 의견도 제시했지만, 예산이 문제다. 광주시와 동구 등 지자체와 언론의 관심이 간절하다. 지난 2월6일 광주폴리 인지도 부족에 대한 기사가 보도됐는데, 충장로에도 먼지 쌓인 작품이 방치되고 있다. 설치 당시 상인들은 입을 모아 반대했었다. 도심 곳곳의 보여주기식 문화예술품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곽지혜 기자
사회일반 최신뉴스더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 뉴스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