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파면시위' 중 쓰러진 60대…"평생 봉사·헌신" 조명
故 신상길 보듬이나눔이 봉사회장
피켓시위 중 심정지 이송돼 숨져
복지단체 등 37년 봉사활동 전개
중앙·지역정계도 깊은 애도 물결
"고인의 온정 기억하고 이어갈 것"
이재명 "동지의 뜻 이어가겠다"
입력 : 2025. 03. 17(월) 18:49
생전 전남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한 故(고) 신상길 보듬이나눔이 봉사회장. 전남일보 자료사진
광주 도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던 60대 남성이 돌연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생전 그가 이웃사랑을 실천하며 활발한 봉사활동을 이어왔던 사실이 알려져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7일 광주 북부경찰과 북부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5분께 북구 운암동 운암사거리에서 신상길(65) 보듬이나눔이 봉사회장이 갑작스럽게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는 심정지 상태의 신 회장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인근 운암한국병원으로 긴급이송했다. 이후 호흡과 맥박은 돌아왔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로 전남대학교 병원으로 옮겨졌고 끝내 숨졌다.

더불어민주당원으로 활동하던 신 회장은 당시 북구의원들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출근길 피켓 시위를 하던 중이었다. 그는 12·3계엄사태 이후 꾸준히 시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갑작스러운 비보와 함께, 생전 그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솔선수범하며 헌신해 온 사실도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지난 1988년부터 봉사 활동을 시작한 그는 지역의 크고 작은 경사에서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현장에서 힘든 일을 도맡으며 시민들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했다. 코로나19 당시에는 매일 자발적으로 소독 및 방역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전남일보와의 ‘천인보’ 인터뷰에서 147번째 광주사람으로 출연한 신 회장은 “어려웠던 가정사로 인해 죄를 많이 지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며 “모든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죄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어린 시절 아픔을 덜기 위해 그는 과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에서 후원회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며, 20여년동안 지역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기부 활동을 기획했다. 특히 1m를 달릴 때마다 1원을 기부하는 ‘1m, 1원 마라톤’ 챌린지를 적극 추진해 지역민들의 후원 활동을 이끌었다.

당시 함께 초록우산에서 활동했던 A씨는 “신 회장이 양육시설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을 때, 직접 새벽 일찍 일어나 김밥 100줄을 싸 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스스로 발로 뛰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셨던 분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고인의 따뜻한 마음과 나눔정신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신 회장은 북구로 주소지를 옮긴 후인 최근까지도 서구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하며, 매주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급식 봉사를 펼치는 등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약자의 편에 서서 온정을 나누는 데 앞장섰다.

서지연 서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신 회장은 ‘봉사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다’는 소신으로 봉사활동에 앞장서 직원들에게도 큰 귀감이 됐다”면서 “한 명이라도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 생생한데, 갑작스럽게 부고소식을 받게 돼 안타까운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파면 선고 기일을 앞두고 전해진 당원의 부고 소식에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및 지역 정치권도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진숙(북구을) 국회의원은 “북구 동협의회장 동지가 차디찬 바람을 맞으며 ‘윤석열 파면’ 피켓 시위를 나섰다가 세상을 떠나게 됐다. 생과 사를 넘나들어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 비통하다”며 “고인은 말수가 적었지만, 봉사 현장에서는 언제나 앞장서 계셨던 분이다. 영원한 민주당원인 신 동지가 영면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곳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원 신상길 동지께서 탄핵 촉구 피켓팅 도중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헌신한 동지가 곁을 떠나 가슴이 미어진다”며 “국민의 대리인들이 제 역할을 다했다면 없었을 일이기에 유가족과 민주당 광주시당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신 동지의 뜻을 고스란히 이어가겠다”고 위로를 전했다.

한편 신상길 회장의 빈소는 광주 국빈장례문화원 203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8시 30분에 진행된다.
정성현·윤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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