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적반하장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입력 : 2025. 01. 13(월) 17:07
최동환 취재2부 선임부장
옛날 중국에서 도둑이 물건을 훔치러 남의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다가 주인에게 들켰다. 주인은 큰 소리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웃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자 도둑은 몽둥이를 집어 들며 “도둑 잡아라”하며 피해자인 척 해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유래로 추측되는 이야기다.

우리가 흔히 부조리하거나 황당한 상황을 접할 때 ‘적반하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적반하장은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치며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나서는 경우를 비꼬아 표현하는 말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 표현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을 맞은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에 인용되면서 그 뜻과 사용법에 대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경찰은 지난 3일 한남동 관저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5시간 30분 만에 중지됐다. 경호처가 경호 인력 200여 명을 총동원해 인간 띠를 만들고 차 벽으로 완강하게 저항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반발하며 “영장이 위법한 절차를 통해 발부됐다고 하며 공수처에 내란 수사에 대한 수사권이 없으므로 강제수사 자체가 위법하다”며“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위헌·위법한 영장 집행을 감행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은 공수처가 경찰과 함께 조만간 영장 집행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은 경찰 특공대와 기동대 투입을 놓고 발끈했다. 체포 시도 때 경찰 특공대나 기동대가 나선다면 그게 내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법적 절차에 따라 영장 집행한 것을 오히려 불법이라고 우기는 데다 ‘내란 수괴’로 지목되고도 체포를 피하면서 되레 경찰을 향해 내란이란 단어를 꺼낸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은 몰염치하고 초법적인 발상이다. 이럴 때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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