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안 보이콧에 광주시민 분노 "끝까지 싸울 것"
동구 5·18민주광장 4000여명 운집
입력 : 2024. 12. 07(토) 22:41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이 주관의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4차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수천명의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김양배 기자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 주관의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4차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같은 시간 국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앞서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 대부분이 퇴장하는 모습을 전광판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김양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7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최후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은 시민들의 탄식과 한숨으로 가득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되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쟁에 나서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광주지역 86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5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광주시민 4차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앞서 비상행동 관계자 800여명이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범국민 촛불대행진’ 참여를 위해 상경해 광주 집회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국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로 5·18민주광장에는 집회 1시간여전부터 구름인파가 모이며 지난 3일간의 집회보다도 훨씬 많은 4000여명이 참여했다.

급격히 떨어진 기온과 진눈깨비가 날리는 한파 속에서도 시민들은 굳은 결의로 광장에 몰려들었다.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로 몸을 감싼 시민들의 손에는 ‘내란죄 윤석열 체포·구속’, ‘국힘은 탄핵에 동의하라’ 등 윤 대통령을 비판하고 여당 국민의힘의 탄핵 동의를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렸다.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이 주관한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제4차 총궐기대회가 열린 가운데, 광주 지혜학교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하유승(35)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질서를 심각하게 흔드는 행동이었다. 이를 좌시할 수 없어 민주광장에 나왔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표결에 참여하지 않거나, 당론으로 반대입장을 고수한다면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로 기록될 것”이라고 결연하게 말했다.

집회는 ‘임을위한행진곡’ 제창을 포함한 민중의례에 이어 자유발언, 민중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던 중 오후 5시40분께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300표 중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부결되는 상황이 전광판으로 실시간 송출되자 광장 곳곳에서는 탄식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탄핵에 대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 주관의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4차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같은 시간 국회에서 진행된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부결되자 분노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목포대학교 사범대학 1학년 김정우(19)씨는 “나중에 교단에 서는 날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강추위에도 광장에 나왔다”면서 “‘김건희 특별법’ 부결에 이어 대통령 탄핵안 표결 불참은 충격적이고 예상 밖이다. 국회 앞에 국민 100만여명이 모였고, 5·18민주광장에도 수천명의 시민이 모였다.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민의를 저버리고 표결에 불참할 수가 있나”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통령 탄핵안 제안 설명을 끝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결에 참석하라고 호소하는 모습이 광장 중앙의 전광판으로 송출되자 광장의 시민들도 이름을 연호하며 서둘러 표결을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회의장에 남아 있던 안철수 의원에 이어 김예지, 김상욱 의원이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표결을 마치자 격하게 환호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후 진눈깨비는 빗방울로 바뀌어 내렸고, 빗줄기가 점차 굵어져도 시민들은 우비와 우산을 쓰고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자유발언과 구호를 통해 “오직 바른 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광주는 잊지 않는다. 광주는 지지 않는다”며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다.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만 가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안 투표 종료를 오후 9시20분까지 보류하겠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은 초조한 듯 발을 구르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결국 투표가 그대로 종료되고 의결 정족수를 미치지 못하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무산되는 순간 시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7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이 주관의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촉구’ 4차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수천명의 시민들이 비를 맞으며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윤준명 기자
강기수(72)씨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1980년 5월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고 두려웠다. 오늘 윤 대통령의 급조된 듯한 대국민담화를 보고서는 도저히 분을 참을 수 없어 거리로 나왔다”며 “오늘 탄핵안 표결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또 한번 실망하고 분노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김건희 여사가 정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민주광장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4학년 이상훈(25)씨도 “대학생으로서 역사 앞에 침묵할 수 없어 광장에 나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큰 충격을 받고, 우리 민주주의 역사가 한순간에 무너질까 우려를 느꼈다”며 “위대한 국민들은 절대 지지 않을 것이다. 나라의 정의가 바로 설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기우식 광주비상행동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조직적으로 탄핵안 의결을 방해했다. 내란범에 동조하며,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지키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모습을 보였다”며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국민의 저항에 직면해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날선 비판을 남겼다.

한편 광주비상행동은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한 총궐기대회를 계속 이어간다. 5차 총궐기대회는 8일 오후 4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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