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사태’, 2017년 기무사 '계엄문건' 참고했나
계엄사령관 합참의장 아닌 육참총장
국회 계엄해제 표결 저지 방안 고려
특수부대 외 경찰기동대 투입 ‘차이’
화상회의 의결 등 계엄법 보완 필요
입력 : 2024. 12. 05(목) 18:51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군 병력이 진입해 본회의장으로 향하자 보좌진들이 가구를 들고 입구를 가로막고 있다. 뉴시스
12·3 계엄사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합동참모본부 의장(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고, 국회 장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2018년 논란이 됐던 옛 국군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 계엄문건을 참고로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며 계엄사령관에 김명수 합참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통상 계엄사령관은 합참의장이 맡는다. 합동참모본부가 계엄 관련 업무를 관장한다는 규정이 있고 담당 조직인 계엄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문건에는 ‘계엄사령관은 군사대비 태세 유지 업무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 작전 업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을 임명해야 한다’,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당시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이순진 합참의장 대신 육사 출신인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박 참모총장의 계엄사령관 임명을 두고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김 합참의장은 해군사관학교 출신이고 박 참모총장은 육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또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같은 육사 출신이라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계엄군 운용 방식도 기무사의 계엄문건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문건에는 ‘현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의결 정족수 충족, 계엄해제가 가능하다. 국회에서 의결 시 계엄 해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직권상정 및 표결 저지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회 장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리력으로 표결 자체를 막고 국회의원을 포고령에 반하는 현행범으로 체포·구속해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했다.

실제로 계엄군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4일 오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다. 소총을 든 계엄군 280여명은 국회 본관 정문 현관을 국회 직원들과 시민들이 막아서자 창문을 깨고 본관 건물에 진입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체포대’를 꾸려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3명의 체포·구금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사 계엄문건에는 국회에 20사단 1개 여단을 배치하고, 특전사 최정예인 707특수임무단이 중요시설 탈환 작전시 투입될 수 있도록 대기하도록 했으나 경찰 병력 투입 계획은 없었다. 이와는 달리 이번 계엄에는 707특임단과 1공수여단,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특임대 등이 국회에 일선으로 배치되고 시민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 기동대까지 동원되는 등 국회 진입 병력을 강화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언론과 SNS 통제 방안도 기무사 계엄문건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1시께 대한민국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3항을 통해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앞서 기무사 계엄문건에도 ‘보도매체 보도내용 사전 검열, 불온 내용 차단’으로 ‘계엄사 보도검열단’과 ‘합수본부 언론대책반’이 꾸려질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엄군이 국회를 장악하고 국회의원들의 본회의장 참석을 막더라도 계엄 해제 요구를 할 수 있도록 계엄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명식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국회의 기능이 수행되는 곳이 꼭 본회의장만이 아니기 때문에 물리적인 장소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국회의장의 동의 하에 화상회의 의결이나 다른 장소에서도 가능하게끔 법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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