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인프라·인적 네트워크…청년이 몰려든다
●정부 인공지능 활용사업과 연계한 광주 추진과제
<5> 젊은 인재로 가득한 판교의 현장
판교 근무 인력 61% ‘20~30대 청년’
근무형태·복리후생 등 직원복지 탁월
복지시설과 인적 네트워크 갖춘 공간
광역버스 등 교통 편리…장거리 통근
“지방 이전, 실효성 있는 지원책 관건”
입력 : 2024. 12. 05(목) 18:42
판교 내 공공건물은 구내식당, 헬스장, 릴렉스룸, 옥상정원, 휴게시설 등의 복지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초기 스타트업 기업들이 갖추기 힘든 우수한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경기스타트업캠퍼스에 마련된 휴게 공간.
판교에 근무하는 젊은 인재들은 서울에서 경험하기 힘든 우수한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환경이 판교를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한 시민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인근 금토천 산책로를 걷고 있는 모습.
제1·2판교테크노밸리(이하 판교)에는 무려 7만8751명(2022년 기준)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전체 근무 인력의 약 62%가 20~30대 청년 인력이라는 점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전체의 21%(1만5422명), 30대가 41%(3만688명)를 차지한다. IT·BT·CT 등 1600여개의 첨단 산업 분야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공간, 판교에 모여든 MZ세대 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이 판교를 선택한 이유를 분석했다.

●서울에선 경험하기 힘든 인프라 ‘한몫’

판교에서 근무 중인 청년들은 서울과 차별화된 인프라와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환경이 판교를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기업들이 밀집해 있어 활발한 정보교류가 가능하고 공공건물의 복지시설이 뛰어난 점도 판교의 매력 중 하나다.

버스를 타고 판교역로를 지나 NC소프트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바로 맞은편에 ‘엔씨소프트 R&D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메디포스트’를 지나 대왕판교로를 따라 걸으면 ‘안랩’,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공공건물 ‘경기창조혁신센터’ 뒤로는 ‘넥슨코리아’, ‘SK플래닛’, ‘네오위즈’, ‘NHN’의 판교 사옥이 들어서 있다.

특이한 점은 수많은 기업·기관·연구소가 밀집해 있음에도 서울과 달리 빽빽한 빌딩숲이 조성돼 있지 않아 생활 환경이 쾌적하다는 것이다. 인근 서울공항(성남비행장)의 고도제한으로 인해 고층 건물이 없는 데다가 곳곳에 녹지와 공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답답함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과 차별화된 강점은 ‘공공건물’에도 있다. 제1판교의 공공건물 중 하나인 경기스타트업캠퍼스의 연면적은 5만4160㎡ (1만6383평)로, 건물 규모는 지상 8층·지하 2층에 달한다. 이곳에는 층마다 다양한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구내식당, 헬스장, 릴렉스룸, 옥상정원 등의 복지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이는 초기 스타트업들이 갖추기 어려운 인프라를 지원하며 청년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기업들 간의 활발한 정보 교류를 통해 복지 수준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타 기업에서 적용하는 복리후생의 만족도가 높다면 이를 도입하는 등 사례를 공유하고 참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택·원격근무, 유연근무제, 화상회의 등이 자연스러운 업무 환경도 청년 직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2판교에서 근무 중인 김모(32)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여건이었지만, 판교의 자유로운 업무 환경과 인프라도 입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정보교류가 활발해 타 기업의 복지나 신규 입사자가 이전 회사에서 경험했던 복지를 도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가장 큰 장점은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있다. 판교에서 진행되는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하면 동종업계 직원 및 전문가들과 소통하게 되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는 기업 성장과 업무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 판교는 전문교육, 네트워킹 데이, 밋업데이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소통 기회를 제공한다.

김씨는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정부지원사업 공고 등을 공유하기도 하고, 비슷한 고충을 겪는 기업 담당자들과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며 “다양한 자료를 작성해 보고 현장에서 전문가에게 1:1 피드백을 받는 교육도 업무력 향상에 도움이 됐다. 선배 기업과의 교류 등이 기업 성장에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퇴근 시간 버스정류장에 광역·직행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광역버스·신분당선 등 뛰어난 ‘교통 편의성’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판교의 ‘교통 인프라’도 청년 직원들의 유입을 높였다. 경기 전역과 서울로 연결되는 광역·직행버스와 서울 강남역까지 13분대로 이동할 수 있는 신분당선 등이 그 예다.

점심시간이 지나 모두가 업무에 한창인 평일 오후 2시경. 보안기업에 근무 중인 이모(30)씨는 일찍이 회사를 나와 금토천을 가로지르는 화랑육교 위를 걷고 있었다. 이씨는 “병원 예약 진료를 위해 반차를 쓰고 나왔다”면서도 업무 전화를 받으며 멈춰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흔히 ‘빨간버스’라고 불리는 광역·직행버스를 타면 차가 막히지 않을 때는 30분이면 거주지인 동탄에 도착할 수 있어서다. 실제 제1판교는 어디서나 도보 5분이면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정류장 수가 많아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의 교통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수많은 사람이 판교의 교통 인프라를 이용하고 있음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근무를 마친 직원들이 판교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오후 6시경에는 ‘판교역’이라는 문구를 단 기업의 셔틀버스들이 도롯가에 줄지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도 판교역으로 향하는 버스가 쉴 새 없이 오가고, 광역·직행버스를 기다리는 줄도 만들어진다. 판교 곳곳에 구비돼 있는 공유 킥보드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자전거·오토바이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위한 전용 보관소도 마련돼 있어, 자유롭게 개인의 상황에 맞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퇴근하는 이들을 따라 판교역으로 향하면 수많은 인파가 걸음을 재촉하며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는 장면이 펼쳐진다.

서울로 이동하기 위해 판교역으로 들어서던 한모(28)씨는 “신분당선을 비롯한 다양한 교통 인프라가 마련돼 있어 장거리 거주자도 출퇴근하기에 용이하다”며 “다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버스가 만원되거나 차량 정체가 심해지는 문제가 나타나 교통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 거점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직원들의 교통 편의를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퇴근시간 수많은 인파가 걸음을 재촉하며 판교역으로 들어서고 있다.
●청년 유입하려면…‘촘촘한 지원책’ 필요

판교의 MZ세대 직원들은 청년이 지방에 머무르려면 양질의 일자리와 촘촘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유치해 청년들에게 경쟁력 있는 인프라와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시도 지난 10월 기준 233개사 AI기업과 MOU를 체결하고, △광주로 본사이전 28개사 △법인설립 10개사 △지점·연구소 94개사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앵커기업 유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등의 성과는 요원한 실정이다.

빅데이터 기반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지모(29)씨는 “근무지가 어디든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기업이 있느냐’다. 좋은 기업에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복리후생도 다양하기 때문”이라며 “청년들이 지방에 뛰어들 만한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청년들도 많은 만큼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재 유입을 위한 지자체의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이미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포기하고 지방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길 만큼의 장점과 혜택이 없다면, 굳이 수도권을 떠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기업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그런 기업들은 이미 수도권에도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지방으로의 이전을 이끌어내기 위한 경쟁력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 판교 역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판교 입주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임대보증금지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제약회사 직원 박모(35)씨는 “지방 이전을 위한 이사비 지원, 수도권 이동이 잦은 직장인을 위한 교통비 지원,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대출·주거 지원, 입주기업 직원 대상 아이 돌봄 서비스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동반된다면 지방에 머무를 여지가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나다운·박찬 기자 dawoon.na@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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