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집행부 탓"…끊이지 않는 5·18부상자회 내홍
내부 분열에 책임 떠넘기기
대금 지급 안해 채권 압류
월세 등 미지급 내용증명도
부상자회 "끝까지 싸우겠다"
입력 : 2024. 11. 24(일) 18:42
지난해 12월 18일 광주 서구 공법단체 5·18 부상자회 사무실에서 경비·경호 용역 업체 관계자들이 황일봉 전 부상자회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문을 막고 있다. 민현기 기자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가 새 집행부를 꾸리고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전임 집행부를 탓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등 끊임없이 내홍이 붉어지고 있다. 공법단체로 출범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화합하지 못하고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적이다.

20일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9월 26일 부상자회가 광주 북구 소재 A 경비·경호 용역업체에게 대금 2억 1640만여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권을 압류했다.

해당 대금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월까지 당시 이사회에서 자격정지로 의결된 황일봉 전 부상자회장의 사무실 출근을 막기 위해 계약한 경비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인 것으로 파악됐다.

A업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세달간 8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2억여원의 돈을 받기로 계약했다. A업체는 수십차례 부상자회에 대금지급을 요구했지만, ‘새로 온 집행부가 줄거다’, ‘총회를 거쳐야 한다’ 등의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A업체 관계자는 “다른 곳도 아니고 5·18단체라고 해서 돈을 못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한채 믿고 기다리다 보니 2억원에 대한 부가세로만 2000만원을 넘게 납부했고, 당시 부상자회의 싸움을 만류하는 과정에서 다친 직원도 있어 치료비도 지급하는 등 재정적 부담이 커져 소송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돈 못받은 사람 입장이야 다 똑같겠지만 아마 법원에서 압류 집행 안했으면 끝까지 안 줄 것 같았다”고 호소했다.

끝내 부상자회는 채권이 압류당해 직원들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자 지난 11일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회가 겪고 있는 금전문제는 또 있었다.

지난달 9월 25일 부상자회에 발송된 내용증명. 독자 제공
채권을 압류당하기 하루 전인 지난 9월 25일에는 담양 소재 한 농업회사 법인으로부터 월세 지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이 부상자회에 발송됐다.

내용증명에는 부상자회가 지난 2023년 5월 9일 담양군 담양읍 한 창고를 2026년 5월 8일까지 임대차 보증금 1000만원과 월세 400만원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사용하고 있으나, 지난 4월까지 미지급된 월세 4900만원과 보증금을 합쳐 총 59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부상자회 측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상자회 관계자는 “해당 계약이 체결됐을 때가 전 집행부가 한 일이기 때문에 계약서로만 내용을 확인했는데 회장 직인 도장도 찍혀져 있지 않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진행한 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내용증명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대금을 지급할 수 없고 오히려 공문서 위조로 법적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2022년부터 부상자회의 법률자문을 맡아온 한 변호사는 지난해 9월부터 단체가 분쟁으로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수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부상자회가 각종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이유는 현 집행부와 전 집행부의 대립으로 인한 책임 떠넘기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 7월 전 집행부를 지지하는 일부 부상자회원들은 조규연 회장 당선인의 직무집행 정지와 직무대행자의 선임을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광주지법에 냈다. 지난 6월 부상자회장 선거를 앞두고 회원 간 내부 경선을 통해 조규연 회장을 후보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내부 정관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입증하거나 위법성 여부를 소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8월 30일 기각했다.

지난 7일에는 부상자회원 50명이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은 회장 출마 당시 학력과 5·18민주화운동 활동 사항을 허위로 기재했다”고 주장하며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규연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장은 “지난 몇년간 오월단체의 내분이 이어지는 것이 ‘제살 깎아먹기’라는 것을 알지만서도 끝까지 오월을 지켜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하고 이 싸움을 결코 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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