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K여권의 힘
김성수 논설위원
입력 : 2024. 11. 05(화) 16:59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권이 전시돼 있다. 이름은 ‘집조(執照)’로 구한말 대한제국에서 사용했던 여권이다. 집조는 국경을 넘어 출국을 확인하는 조선 시대 문서로, 대상자가 국경을 통과하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 3개 언어(한문, 영문, 불문)로 인쇄돼 있다.

발급일, 인적사항, 출발지와 도착지는 대상자에 따라 수기로 작성했고, 외부(外部:외교부)와 발급요청기관의 도장을 각각 찍었다. 형태는 낱장의 종이로 상단에는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태극기와 오얏꽃 무늬가 찍혀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 여권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인 1949년 12월 해외여권규칙에 따라 여권 발급 업무를 시작하면서 등장했다. 참고로 현재 보관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대한민국 여권은 1951년 이흥종 대위가 발급받은 여권이다. 또한 백남준이 부친 백낙승을 따라 1949년 홍콩으로 도향(渡香)하면서 쓴 여권 번호는 7번이었다고 한다.

일반인들의 여권 발급의 자율화는 1961년 여권법 제정이후다. 하지만 당시 가난했던 형편 상 해외여행은 대중화되지 못했고, 정부도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해외여행을 제한하기도 했다. 주로 해외 업무를 하는 기업인들이 여권을 발급받았다.

1990년 이전 군부시절 때는 여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공연맹의 반공 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5·18 민주화운동 등의 반정부 활동에 참여한 이력이 있거나 좌파 세력에 연관 또는 연루됐을 경우 여권 발급조차 거부됐다고 한다.

서울 올림픽 개최이후 1989년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됐고, 올해 내국인 해외방문객수가 3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 19이후 해외 방문객 수가 정상화되는 분위기다.

해외 방문객이 늘면서 여권도 진화했다. 사진 부착형에서 전자여권으로 바뀌면서 해외입국 무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지난 7월 공개된 ‘헨리 여권 지수’ 2024 세계 순위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191곳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다. 오스트리아, 핀란드,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스웨덴 등과 공동 3위였다.

최근엔 중국도 빗장을 풀면서 192곳 무비자 여행이 가능해진 국가가 됐다. 내년 말까지 최대 15일간 비자없이 중국에서 체류가 가능해진다. 대한민국 여권 파워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전 세계에 한국처럼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곳은 많지 않다. 이는 한국의 국가 지위나 영향력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자랑거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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