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물 부족 극복 '전방위 노력'…수자원 관리 선진국 도약
‘Y프로젝트’로 영산강 100리길 되살리자 <6>싱가포르에서 답을 찾다(上) 워터리스크
인구 600만명…제주 면적 절반
좁은 땅에 식수 확보 큰 어려움
말레이시아 수입 의존…갈등도
인공저수지·댐 등 물 공급 주력
입력 : 2024. 10. 09(수) 17:46
싱가포르가 수자원 공급을 위해 건설한 마리나 베라지는 도심에 자리하고 있는 대규모 댐 시설로, 높이 28m의 9개 수문이 설치돼 있으며, 인공둑 길이는 350m다. 마리나 베라지는 수자원 공급과 홍수 조절, 휴식공간 제공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댐 왼쪽은 인공 저수지, 오른쪽은 바다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인구 600만명에 면적은 제주도 절반 규모의 작은 나라이지만 세계 5위의 경제 부국이다. 싱가포르 1인당 국민소득(GDP)은 약 9만 달러에 달하며 구글과 아마존 등 5000여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은 물론 세계 유수의 금융사가 대거 진출해 있는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무역과 금융의 거점 국가다.

싱가포르는 남 부러울 것 없는 부자 나라이지만 고민거리도 있다. 바로 물이다.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강이나 호수가 없고, 국토 면적이 좁아 물을 저장해 놓을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 추진과 개발·연구 및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한 수자원 관리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 학생들이 마리나 베라지 내에 설치된 댐 조형물 앞에서 댐과 저수지 기능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물 수요 40% 수입 의존…외교적 분쟁도

싱가포르는 물 수입 국가다. 적도 부근에 자리한 싱가포르는 열대우림 지역으로 스콜 등 비가 자주 내리지만 국토가 넓지 않은 탓에 비를 담아둘 저수지가 부족해 자체적으로는 수자원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물을 수입할 수 밖에 없다.

싱가포르는 이웃한 말레이시아로부터 물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 1961년과 1962년 두차례 체결된 물 공급 협정에 따라 싱가포르와 인접한 말레이시아 조호르 주로부터 송수관로를 통해 원수를 공급받고 있다. 조호르~싱가포르 사이에 설치된 송수관로 길이는 약 1㎞로 하루 9억4600만ℓ의 물이 옮겨진다. 물 수입량은 싱가포르 전체 물 수요의 40%나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로부터 정수처리 되지 않은 원수를 공급받는데, 이 가운데 2%에 해당하는 하루 1890만ℓ를 정수해 조호루 주에 되팔고 있다.

싱가포르는 오는 2061년까지 물을 수입하기로 협정을 맺었는데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와 종종 갈등을 빚어 왔다. 양 국가 간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때마다 물 공급에 대한 분쟁이 발생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관계가 악화되거나 정치적 목적이 생기면 물 공급 중단과 재협상 등의 카드를 꺼내 드는 등 물을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국민들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워터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가장 컸고, 이를 줄이기 위해 자체 물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국가 차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오고 있다. 특히 수자원 관리 시스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과 연구·개발, 투자 등에 매진해 오면서 현재는 수자원 관리 선진국으로 우뚝 올라섰다. 물 부족에 따른 ‘워터리스크’가 물 관리 모범 국가로 부상하는 데 원동력이 된 셈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강력한 물 절약 정책도 펼치면서 싱가포르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이 2021년 기준 158ℓ에 불과할 정도로 물을 아껴쓰는 게 생활화됐다. 이는 우리나라 1인당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인 293ℓ의 절반 수준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마저도 많다고 보고, 2030년까지 130ℓ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마리나 베라지 건물 옥상에 조성된 잔디 광장에서는 마리나 베이 샌드와 가든즈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 플라이어 등 싱가포르의 대표 랜드마크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마리나 베라지…물 공급·휴식 공간 역할

지난달 26일 방문한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라지(Marinna Barrage)’는 싱가포르 정부의 물 관리 노력이 집약된 곳이다.

마리나 베라지는 싱가포르의 15번째 저수지이자 대규모 댐 시설이다. 우리 돈으로 3조원이 투입돼 지난 2008년 완공됐으며 총 길이 350m의 인공 댐이다. 댐을 기준으로 한쪽은 인공 저수지, 반대쪽은 바다로 이어진다. 이 곳은 수자원 공급과 홍수 조절, 휴식 공간 제공 등이 주된 역할이다.

마리나 베라지 댐에는 높이 28m의 9개 수문이 설치돼 있다. 집수 구역은 1만㏊(약 3000만평), 수면적은 240㏊(72만6000평) 규모에 달한다. 마리나 베라지 건설 이전에는 빗물 집수 비중이 30%에 그쳤지만 마리나 베라지가 정식 운영된 이후에는 50~60%까지 집수 비중이 확대됐다. 저수지 물이 넘쳐 홍수가 우려될 때에는 9개의 수문을 열어 바다로 흘려보내 수위를 조절한다. 바다 만조로 물을 방류하지 못하게 되면 7개의 대형 펌프시설이 물을 빨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마리나 베라지를 포함해 17개의 저수지가 있다. 이들 저수지에 빗물을 저장해 싱가포르 국토 면적 3분의2에 해당하는 지역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라지.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마리나 베라지는 접근성이 뛰어나 시민들의 여가 장소는 물론 관광 명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저수지 수면 위에서는 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고, 마리나 베라지 건물 옥상에 조성된 드넓은 잔디 광장에서는 국내 건설사가 시공한 유명 호텔인 ‘마리나 베이 샌드’와 대규모 실내 정원 ‘가든즈 바이 더 베이’, 세계 최대 대관람차 ‘싱가포르 플라이어’ 등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들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마리나 베라지 내에는 갤러리와 체험 시설 등이 마련돼 싱가포르의 물 관리 정책이나 역사, 비전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학생들과 주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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