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23>누가 길을 인도하는가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입력 : 2024. 10. 03(목) 16:51
살다 보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이 일하고 상관없을지라도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무엇을 얻겠다 가 아니라 그냥 몸부림치는 나를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요즘 세상에 탐험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도 않고,

오지(奧地)라고 말하는 곳도 없다 하겠지만,

그래도 찾아가 볼 만한 곳은 있다.

티베트고원 동서 횡단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피어난다.



먼 옛날에 구법승들이 천축국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악했다.

도를 구하면서 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라지만 어찌 두렵지 않았겠는가.

만년설을 이고 있는 설산을 넘으며 마귀의 심술에 놀라고,

끝없는 불사막을 건너며 목마름에 지쳐 허깨비에 놀아났던 그들이었다.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한 이가 부지기수였으리라.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고,

공중에는 나는 새 한 마리 없는 곳.

내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언제 이 길을 가다 죽었는지 알 길 없지만,

버려진 듯한 이 주검만이 길을 인도할 뿐이다.

도대체 세상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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