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자영업자·근로자 모두 ‘불만’
‘1만30원’ 제도도입 37년만에 돌파
使 “경제적 부담”·勞 “최저 인상률”
영세 상인 “인건비 부담 더 커져”
“실질임금 삭감…고용 위축” 우려
입력 : 2024. 07. 14(일) 18:03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11차 전체 회의 표결 결과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최저임금 1만원 시대 개막’을 우려하는 경영계와 ‘낮은 인상률’에 불만을 표하는 노동계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뉴시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주 5일 40시간, 월 209시간(주휴시간 35시간 포함) 근무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달 209만6270원을 월급으로 받게 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1차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9860원)보다 170원(1.7%) 오른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2021년 1.5%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지만 19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결정에 경영계는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우려했고, 노동계는 ‘물가인상률보다 낮은 인상률’이라고 반발하는 등 양측 모두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광주지역 영세상인들과 저소득 근로자들 역시 ‘인건비 부담’과 ‘실질 임금 삭감’ 등을 내세우며 불만을 쏟아냈다.

우선 지역 영세상인들은 내년 최저임금 ‘1만원’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동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문모(60)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1만원’을 돌파하니 큰 부담을 느낀다”며 “내년 최저임금이 소폭 인상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도 최저임금은 계속 오를 테니 우려가 된다. 인건비 부담으로 알바생을 고용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한달 순이익으로 보면 업주가 노동 시간 대비 자기 자신의 인건비도 못 가져가는 상황이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문씨는 ‘업종별 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경영계가 △한식·외국식·기타 간이음식점업 △택시 운송업 △편의점업 등에 대한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시하는 등 올해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가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결국 내년에도 차등적용 도입은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는 “가게 운영조차 어려운 영세 상인들도 차등 적용 없이 직원들에게 임금을 똑같이 줘버리면 살아남기가 힘들어진다. 올해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결국 무산이 됐다. 경기불황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니 이제는 10년 넘게 운영해 온 가게를 접어야 하나 생각이 든다”며 고개를 저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40대 이모씨는 “영세 기업·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고려하면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됐어야 했다. 인건비가 오르면 매출도 올라야 하는데 경기침체와 고물가 탓에 매출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확실한 구제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임금이 오를 때마다 직원 근무 시간 단축과 해고를 고민하는 것이 고용주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인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저소득 근로자들은 이번 인상이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박모(30)씨는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고물가 시대에 최저임금이 물가 인상 폭보다 적은 1.7% 오르면서 실질임금이 하락하게 됐다. 최저임금 기준 올해 월급 206만740원에서 내년 209만6270원이 되면 한 달 3만5530원이 오르는 꼴이다. 3만5000원으로는 무섭게 오르는 물가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지금도 최대한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생활비를 줄이고 저금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혼이나 내 집 마련은 아주 먼 이야기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위축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윤모(22)씨는 “월급을 더 많이 받는 건 당연히 좋지만 임금이 오르면 고용주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단축하거나 고용 자체를 하지 않고 본인의 근무시간을 늘리는 경우를 자주 봐서 걱정된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 시간이 더 줄어들면 생활이 어려워진다”며 “영세 기업이나 상인들에게는 최저임금 ‘1만원 돌파’라는 상황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와 고용 위축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아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을까 걱정이 된다. 경기침체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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