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5·18을 노래하다 뮤지컬 ‘비망’
직장인 뮤지컬 극단 ‘딴청’ 공연
21일 서빛마루문화예술회관 2회
김유경 대표 필두 각색·연출 등
“광주서 뮤지컬 창구 만들고파”
입력 : 2024. 07. 14(일) 17:51
문화공동체 딴청이 오월뮤지컬 ‘비망’ 무대 연습 중이다.
김유경 문화공동체 딴청 대표, 소속 배우 박연주 씨.
“5·18민주화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3세대, 청년들의 눈으로 여전히 끝나지 않는 오월광주의 아픔을 노래하고자 했죠.”

광주에서 활동하는 뮤지컬 극단 문화공동체 딴청이 오는 21일 서빛마루문화예술회관에서 오월뮤지컬 비망을 공연한다. 이번 공연에서 연출과 각색을 맡은 김유경 딴청 대표와 주인공 명순을 연기한 박연주 씨는 인터뷰를 통해 “오월 시즌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광주에 가면 오월예술이 펼쳐지고 접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월뮤지컬 비망은 2024년 5월 현재,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고등학생 ‘경아’의 시선으로 1980년 5월의 광주를 비추고 있는 작품이다. 경아는 우연히 흑백 비디오 속 1980년 5월 광주를 마주하게 되고, 무대는 어느새 44년전 그날로 되돌아가는데…. 매년 5월이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계엄군 출신 아버지, 홀로 살아남아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덕복, 계엄군의 총탄에 동생 명희를 잃은 명순 등 이들은 아직 끝나지 않는 5월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오월뮤지컬 비망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극단 공연예술창작터 수다의 창작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2011년부터 매년 서울에서 공연된 작품으로 광주 단체 딴청의 색깔로 지난해부터 광주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딴청만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김유경 대표가 직접 원작의 많은 부분을 덜어내고 결론 부분을 과감히 수정했다.

김 대표는 “원작에서는 갈등의 주체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화해하는 식으로 마무리되지만, 이번 딴청 공연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아직 끝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결론 부분을 과감히 각색했다”며 “그날을 경험한 등장인물들은 결코 끝나지 않는 5·18을 여전히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5·18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세대가 아닌 교과서 등 텍스트로 5·18을 접한 세대에게도 울림을 주고 싶어, 현재를 살아가는 ‘경아’ 캐릭터를 강조하기도 했다”며 “실제로 발포명령자 등이 밝혀지지 않았고 이는 5·18을 경험하지 않은 우리 세대에게도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원작에서는 5·18을 경험한 배역들이 무대 커튼콜로 ‘오월의 노래’를 부르는데, 딴청의 각색작품에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경아가 ‘오월의 노래’를 부르며 ‘왜 쏘았지’라고 말한다. 각색작품은 이처럼 우리가 모두 연대하고 같이 아파해야 할 5·18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극 중에서 5·18을 직접 겪는 명순 역의 박연주 씨는 “여자주인공 ‘명순’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동생 명희를 돌보며 5·18을 마주한다. 단단한 내면의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 고민했다”며 “80년대 쎈 억양의 광주 사투리를 어색하지 않게 살리는 것을 가장 많이 연습했다. 7월에 광주의 5월을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공동체 딴청은 광주에서 뮤지컬을 사랑하는 직장인과 대학생 30여명이 모인 극단이다. 2018년부터 활동해 광주에서 매년 정기공연 1편 이상을 선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뮤지컬 극단 운영에 대한 포부도 말했다.

“뮤지컬 인프라가 전무한 지역에서 공연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꿈의 창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실패해도 상관없어요. 단원들이 이곳에 경험을 통해 연기, 노래, 무대미술, 조명 등 서로 재능을 나누고 프로의 세계를 꿈꿀 수 있길 바라요.”

이번 공연은 오는 21일 오후 2시와 5시 두 차례 예정돼 있다. 전석 무료다. 예매 문의는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딴청’을 통해 가능하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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