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정착 탈북민 “사회적 편견·차별 힘들어요”
●7월14일 ‘북한 이탈주민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보여주기’ 비판
‘부정적 인식’ 북한 출신 노출 꺼려
"2등 국민’ 조선족 이은 ‘3등'" 자조
정착지원책 부족 실질적 방안 필요
국가기념일 제정…‘보여주기’ 비판
‘부정적 인식’ 북한 출신 노출 꺼려
"2등 국민’ 조선족 이은 ‘3등'" 자조
정착지원책 부족 실질적 방안 필요
입력 : 2024. 07. 14(일) 17:40
북한이탈주민 지원 지역협의회 기관 및 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일 광주시청 1층 시민홀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기념행사’에서 이탈주민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북한 이탈주민의 날’(7월14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가운데 북한이탈주민들은 여전히 문화적 차이, 사회적 편견 등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기념일 제정에 대해 ‘보수 정권의 보여주기식 홍보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사회적 인식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북한에서 건너와 광주에 정착한 이탈주민들은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사회적 편견’을 꼽았다.
지난 2009년 한국으로 와 광주에 정착해 서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함경북도 출신의 한모(43)씨는 “대한민국으로 이주 후 금전적인 부분보다도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차별을 받는 게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지인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뉴스를 함께 보고 있었는데 북한 군인이 탈북을 시도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내가 북한 출신인 것을 알면서도 ‘왜 자꾸 넘어오냐’, ‘그만 왔으면 좋겠다’ 등의 말을 서슴지 않게 내뱉었다”면서 “평소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 ‘나라에서 후원을 너무 많이 해주는 거 아니냐’ 등의 말도 더러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것에 대해 한씨는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오히려 특별한 날로 정하는 게 차별적 인식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기념일 제정이 북한에서 왔다는 걸 낙인찍어 평소 편견을 지니고 있던 이들에게 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 김모(37)씨는 “북한 출신 국민들은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탈북자’, ‘북향민’ 등 제대로 된 명칭이 통일조차 되지 않은 채 여러 용어로 불리고 있다”며 “명칭 통합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기념일 제정은 별로 의미가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에는 ‘학연·지연·혈연’이란 말이 있는데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이 모든 게 없다”면서 “이미 시행 중인 정착 지원으로는 부족한 부분도 많다.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진 광주 남구 남북교류협력팀장은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숨겨야 하는 사회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북한이탈주민과 소통할 때마다 자주 들었던 말이 본인들을 ‘한국 출신의 1등 국민’, ‘2등 국민 조선족에 이은 3등 국민’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며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이탈주민이 같은 민족이라기보단 가까이해선 안 될 존재로 인식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을 받으면 차라리 조선족이라고 밝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노출하기 극도로 부담스러워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 달리 자본주의인 대한민국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경쟁에 익숙한 한국인들과 함께 정상적 직장생활을 하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한다”며 “등록된 북한이탈주민 수는 4년 전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건 대북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현 정부가 북한을 피해 남한으로 건너온 탈북민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선전하려는 일종의 보여주기식 홍보성 행정이다”고 꼬집었다.
실제 통일부가 14일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에 따르면 2000~2019년 1000~3000명 수준이었던 연간 입국 인원이 2020년부터 229명으로 대폭 감소한 데 이어 2021년에는 63명, 2022년 67명, 2023년 196명에 그치며 급격한 하락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초기정착금 지급제도 △취업지원제도 △교육지원제도 △사회보장지원제도 △거주지보호제도 △주거지원제도 △민간지원 등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탈주민들은 자격증 취득 등 교육 수강에 따른 교육비를 지원받고 구직자,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교육과 취업성공수당 등을 통한 취업 지원도 이뤄진다.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초기집중교육 등 종합적인 정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탈북 및 정착 과정에서 폭력 피해를 겪은 북한이탈여성을 상대로 심리치유를 통한 트라우마 회복도 진행한다.
하지만 이런 지원 정책과 함께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국민들의 포용성을 넓히지 않는다면 북한 동포들이 느끼는 차별과 심리적 어려움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상현 광주시 외국인주민과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들이 쓰는 말투와 생활방식 등 문화적 소통방식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이런 차이로 인해 느껴지는 시선과 편견은 같은 한민족이라는 점에서 다른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소외감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심리적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성인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막기 위해 조기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교육을 통한 어른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며 “어른들이 부정적 시선과 그릇된 잣대를 내세우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자처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더라도 그런 편견을 가진 또 다른 어른이 될 뿐”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97년 7월 14일부터 시행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의 의미와 상징성을 고려해 올해부터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북한에서 건너와 광주에 정착한 이탈주민들은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사회적 편견’을 꼽았다.
지난 2009년 한국으로 와 광주에 정착해 서구에서 키즈카페를 운영하는 함경북도 출신의 한모(43)씨는 “대한민국으로 이주 후 금전적인 부분보다도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차별을 받는 게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지인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뉴스를 함께 보고 있었는데 북한 군인이 탈북을 시도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내가 북한 출신인 것을 알면서도 ‘왜 자꾸 넘어오냐’, ‘그만 왔으면 좋겠다’ 등의 말을 서슴지 않게 내뱉었다”면서 “평소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걸 보고 ‘나라에서 후원을 너무 많이 해주는 거 아니냐’ 등의 말도 더러 들었다”고 전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것에 대해 한씨는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오히려 특별한 날로 정하는 게 차별적 인식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기념일 제정이 북한에서 왔다는 걸 낙인찍어 평소 편견을 지니고 있던 이들에게 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 김모(37)씨는 “북한 출신 국민들은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탈북자’, ‘북향민’ 등 제대로 된 명칭이 통일조차 되지 않은 채 여러 용어로 불리고 있다”며 “명칭 통합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기념일 제정은 별로 의미가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에는 ‘학연·지연·혈연’이란 말이 있는데 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이 모든 게 없다”면서 “이미 시행 중인 정착 지원으로는 부족한 부분도 많다.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진 광주 남구 남북교류협력팀장은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여전히 숨겨야 하는 사회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북한이탈주민과 소통할 때마다 자주 들었던 말이 본인들을 ‘한국 출신의 1등 국민’, ‘2등 국민 조선족에 이은 3등 국민’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며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이탈주민이 같은 민족이라기보단 가까이해선 안 될 존재로 인식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을 받으면 차라리 조선족이라고 밝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을 노출하기 극도로 부담스러워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과 달리 자본주의인 대한민국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경쟁에 익숙한 한국인들과 함께 정상적 직장생활을 하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한다”며 “등록된 북한이탈주민 수는 4년 전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건 대북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현 정부가 북한을 피해 남한으로 건너온 탈북민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선전하려는 일종의 보여주기식 홍보성 행정이다”고 꼬집었다.
실제 통일부가 14일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입국인원 현황’에 따르면 2000~2019년 1000~3000명 수준이었던 연간 입국 인원이 2020년부터 229명으로 대폭 감소한 데 이어 2021년에는 63명, 2022년 67명, 2023년 196명에 그치며 급격한 하락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초기정착금 지급제도 △취업지원제도 △교육지원제도 △사회보장지원제도 △거주지보호제도 △주거지원제도 △민간지원 등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탈주민들은 자격증 취득 등 교육 수강에 따른 교육비를 지원받고 구직자,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취업교육과 취업성공수당 등을 통한 취업 지원도 이뤄진다.
지역사회 적응을 위한 초기집중교육 등 종합적인 정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탈북 및 정착 과정에서 폭력 피해를 겪은 북한이탈여성을 상대로 심리치유를 통한 트라우마 회복도 진행한다.
하지만 이런 지원 정책과 함께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국민들의 포용성을 넓히지 않는다면 북한 동포들이 느끼는 차별과 심리적 어려움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상현 광주시 외국인주민과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들이 쓰는 말투와 생활방식 등 문화적 소통방식의 차이로 인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이런 차이로 인해 느껴지는 시선과 편견은 같은 한민족이라는 점에서 다른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소외감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심리적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성인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막기 위해 조기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정교육을 통한 어른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며 “어른들이 부정적 시선과 그릇된 잣대를 내세우며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자처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더라도 그런 편견을 가진 또 다른 어른이 될 뿐”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997년 7월 14일부터 시행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의 의미와 상징성을 고려해 올해부터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