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문 닫으면 손님 끊겨요"…개문냉방 영업 '기승'
광주 번화가 문열고 에어컨 '펑펑'
전력사용량 1.4배·전기요금 1.3배 ↑
“전기료 부담 불구 매출 유지 위해”
지자체 "상인에 도움 줄 행정조치"
입력 : 2024. 07. 14(일) 17:40
지난 13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 상가에서 에어컨을 가동한 채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와 장마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광주 주요 상가 등지에서 매장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개문냉방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문냉방은 전력 낭비의 원인으로 지적되며 현행법상 금지돼 있지만, 상인들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수많은 상가가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에서 출입문과 창문 등을 활짝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이날 최고기온은 30도에 육박했고 오후 늦게 비가 예정돼 하루 종일 고온다습한 날씨를 보였지만 문이 열려있는 가게 앞을 지나갈 때는 강한 냉기가 돌아 쌀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문이 열린 가게 앞을 서성이거나 가게 내부를 둘러보면서 더위를 식히는 등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이런 개문냉방 영업 행태는 충장로 일대 뿐만 아니라 광주 시내 번화가·식당가 등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등에 따르면 상점 문을 열어놓은 상태로 냉방을 할 경우 전력 사용량은 1.4배, 전기요금은 1.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개문냉방은 실외기가 내뿜는 열풍을 늘려 도심 열섬현상과 전력 낭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개문냉·난방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34조 등과 시행령 등에 따라 금지되며 이에 근거해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기상 조건 등에 따라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수치(93.6GW)보다 높은 97.2GW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수요는 8월 2주 차 평일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며 전력수요 대응을 위한 공급능력은 104.2GW 규모다. 전력 당국은 전력수요 급증에 대비해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9월6일까지를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상인들은 전기료 등이 부담되지만 고객 유치를 위해서는 개문냉방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는 예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와 에어컨을 일찍 가동하기 시작했다. 몇 년 새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경기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공과금 부담이 가중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손님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고 여름철에는 가게 내 환기도 자주 해줘야 해서 문을 수시로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는 문을 열어놓고 영업할 때와 열어놓지 않았을 때의 매출액 차이가 분명해 여름에는 문을 수시로 열어놓는 편”이라며 “인근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등에서 문을 열고 손님을 끌어모으는데 나라고 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지자체는 여름철 전력 낭비 방지를 위해 번화가·식당가 상인들을 대상으로 개문냉방 영업 방지 집중 홍보·계도 활동에 나서고 있다.

광주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개문냉방 영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사용 제한 조치를 고시했을 때만 단속 및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어 현재로써는 계도와 홍보활동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다”며 “여름철을 맞아 주요 상권 등을 중심으로 냉방시 개문 자제와 에너지 절약 실천 등의 홍보·계도 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계도·홍보 현장에 나가보면 일부 상인들이 문을 닫으면 매출이 떨어진다며 하소연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행정 조치 등을 검토하겠다”며 “여름철 전력 수요 안정을 위해 상인들의 개문냉방 영업 자제와 시민들의 생활 에너지 절약 실천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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