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관리감독 소홀에 액비 불법 살포 '횡행'
●불법 비료 살포 현장 급습
나주 밭 50톤 액비 살포중 ‘들통’
관계자 “행정신고 후 살포” 주장
확인 결과 ‘미신고·불법 살포’
C조합 신고 후 A·B조합이 배출
입력 : 2024. 05. 23(목) 18:44
함평의 액비·농민단체 관계자가 최근 나주 반남면 한 논밭에서 액비를 불법 살포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나주에서 50톤의 액체비료를 불법 살포하던 현장이 지역 액비·농민단체 제보로 적발됐다. 액체비료 불법 살포 영농조합 관계자들은 ‘행정당국 신고 후 합법적으로 살포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신고한 조합과 살포한 조합이 다른 '불법 행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한 조합이 액비 살포를 허가받으면 기타 미허가 조합들이 액비를 나눠 배출하는 식으로 법망을 피해 갔다. 지자체는 이 사이 시료 채취·점검 등의 현장검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함평의 액비·농민단체가 ‘나주 반남면에 위치한 논밭에 50톤의 액비가 불법 살포되고 있다’는 내용을 전남일보에 알렸다.

본보는 제보자와 현장을 찾아 50톤의 액비를 뿌린 뒤 도주하려던 A영농조합법인 관계자를 목격했다. 50톤의 액비는 소규모 액비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일일 생산량과 맞먹는 높은 수치다.

A조합 관계자는 액비 살포가 불법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이들은 “나주시청에 액비 살포 허가·검사를 마쳤다. 떳떳하니 확인해 보라”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을 나주시에 문의한 결과, A조합 관계자의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다. A조합은 나주에 소재한 다른 액비영농조합법인 B·C조합과 함께 지자체에 신고한 액비 배출량을 나눠 분출하고 있었다. 즉, A조합이 100톤을 배출 신청해 40톤을 살포하면 나머지 B·C조합이 각각 30톤씩 배출하는 형태다.

현장을 찾은 이날은 C조합이 지자체에 신청한 50톤의 액비 허가량을 A·B조합이 오전과 오후 각각 25톤씩 배출했다. A조합은 액비 살포 확인서 등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액비가 외부로 흐를 수 없도록 차단하는 울타리 등도 없었다.
최근 나주 반남면 한 밭에 액비가 불법 과다 살포돼 있다.
액비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살포시 관할 관청에 신고해야 하고 시료 등을 채취해 부숙도 검사 등 적법성을 확인해 ‘시비 처방서’를 받아야 한다. 살포 후엔 울타리를 치는 등 액비가 주변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사후 처리도 필요하다.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지자체를 통해 벌금 등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액비를 기준치 이상으로 사용하게 되면 지하수나 주요 하천 등이 오염될 확률이 높아진다. 농작물 또한 노랗게 말라 죽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비점오염원인 분뇨는 산단·공장의 오폐수처럼 명확한 출처가 없어 세심한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하천에 방류될 시 산소가 부족해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의 액비 살포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도 문제로 나타났다. 나주 가축분뇨 전자인계관리시스템에는 이날 C조합이 신청한 ‘액비 50톤 살포 내역’은 있었으나 A·B조합과 관련된 허가분은 없었다. 하지만 나주시는 액비 살포 당시 현장 상주나 시료 채취 등 추가 점검을 하지 않았다.

함평 한 액비영농조합 관계자는 “주먹구구식으로 액비 분출을 허가해주는 지자체가 많다. 뿌리뽑혀야 할 악습”이라며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초 한 논에 액비 50톤을 뿌리겠다는 건 토지를 죽이겠다는 뜻이다. 이곳에 액비가 아닌 다른 성분이라도 섞였다면 누가 책임질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나주 축산과 관계자는 “액비 살포가 허가된 것은 맞다. 다만 현장에서 부숙도 검사 등은 진행하지 않았다”며 “평소에도 꾸준히 살포를 해왔던 곳들이다. 그간 큰 문제가 없어 안일했다. 조합을 나눠 살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문제 된 부분에 대해 빠르게 점검·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C조합은 지난 2월 광산구 삼도동 인근 농지에 액비를 불법 과다 배출해 광주시로부터 500만원의 벌금을 받은 전례가 있다. 광산구는 해당 조합을 고발하고 나주시에 액비 성분 검사 등 관련 조치를 요청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가축분뇨 등 장소를 특정할 수 없이 오염시키는 ‘비점오염원’에 대해 관할 기관의 적절한 규제·관리를 요청했다.

김종필 사무국장은 “농약처럼 액비도 정량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배출 총량을 정하고 이를 자료화해 관리하면 감독하기 수월하다. 전산화가 진행된다면 액비 생산 시작점인 축사 분뇨 관리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상철·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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