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속상하지만 가족들이랑 놀러 나와서 너무 신나요.”

지난 5일 어린이날 찾은 광주 북구 우치공원. 종일 굵은 비가 내렸지만 이곳 우치공원 앞은 이른 아침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로 북적였다. 우비를 쓴 한 아이는 연신 “신나고 기대된다”며 밝은 얼굴로 놀이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궂은 날씨로 운행을 중단한 놀이기구가 많았지만 방문객들은 어린이날을 맞아 가족이 함께 모였다는데 의미를 두고 놀이공원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지난 5일 아이를 데리고 광주 북구 우치공원을 찾은 가족들이 우천 시에도 운행하는 놀이기구를 함께 즐기고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김성범(39)씨는 “요즘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했는데 나오니 좋다”며 “비가 와 고민했지만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다. 아이를 위해 나왔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즐겁다”고 웃었다.

북구 동림동에서 온 도대수(37)·신유정(32)씨 부부는 6개월 아이의 생애 첫 어린이날을 기념하러 우치동물원을 찾았다. 신씨는 “첫 어린이날이니 동물도 보여주고 바깥공기를 쐬게 해주고 싶었다”며 “아이가 너무 어려 거의 실내로만 다녔는데 이렇게 나오니 기분이 좋다. 아이와 나들이도 처음, 어린이날도 처음, 우리 가족이 많은 ‘처음’을 겪는 날이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우치공원 관계자는 “5일 오후 12시 기준 200여명이 방문했다. 비 때문에 어린이날 당일 방문객이 1000명을 넘지 않을 것 같다”며 “지난해 어린이날에는 1만 2000여명이 방문했고 4일에는 5000여명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함평나비대축제를 찾은 가족 방문객들이 부스에서 체험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같은 날 함평나비대축제도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로 북적였다.

관광객들은 우산을 쓰고 곳곳에 심어진 꽃과 그 주위를 맴도는 나비를 구경하다 비가 거세게 내리자 ‘나비 의상 입어보기’, ‘나비 가면 만들기’ 등의 체험 부스존으로 발길을 돌렸다.

9살 아들과 함께 왔다는 전상혁(40)씨는 “어린이날이라 아이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며 “야외에서 진행되는 축제지만 천막이 있는 참여 부스가 많고 내부 전시장도 잘 마련돼 있어서 비가 와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흐린 날씨가 이어지자 광주·전남지역에서 어린이날을 맞아 진행될 예정이었던 행사는 대부분 축소 진행되거나 장소가 변경됐다.

함평군은 어린이날을 맞아 준비한 ‘어린이 한마당잔치 경연대회’와 ‘나비 판타지아 퍼레이드’ 행사 장소를 비가림막이 있는 주무대로 옮겨 진행했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어린이문화원은 ‘하우펀10’을 체험하기 위한 가족 방문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찬 수습기자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도 궂은 날씨에 예정돼 있던 실외 체험활동이 모두 취소됐다. 하지만 실내에서 진행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이토록 무르익은 기적’, ‘미르하이의 찢어진 동화책’ 등의 공연 덕분인지 아이들의 표정이 밝았다.

일본에서 왔다는 이주환(44)씨는 “고향에 왔다가 친구들이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고 해서 자녀들과 오게 됐다”며 “야외 공연도 관람하고 싶었지만 날씨 때문에 예정돼 있던 공연이 취소돼 실내 활동 위주로 참여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 나오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ACC일원의 한 편의점 앞에서 키다리 삐에로의 풍선 퍼포먼스가 진행되며 어린이 관객이 몰렸다. 박찬 수습기자

ACC 안내요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던 김수현(21)씨는 “작년에도 어린이날을 맞아 ACC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다”며 “작년 어린이날에도 비가 내렸는데 올해 더 많은 관람객이 찾은 거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