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정다은>다시 오월
정다은 광주시의원
입력 : 2024. 05. 06(월) 16:12
정다은 광주시의원
올해도 오월이 시작됐다. 마흔 네 번째 오월이다. 특전사동지회와의 대국민 화해 선언식의 여파로 지역이 내내 소란스러웠던 작년에 이어 올해 오월도 불안스럽기 짝이 없다.

80년 5월 이후 40여년 만에 진행된 진상규명 조사가 완료되고 종합보고서 발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광주공동체의 요구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가 직권과제별 조사보고서를 공개한 이후 광주의 여러 단위로부터 연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외부와 소통없이 깜깜이로 진행된 4년의 조사기간 동안 쌓여온 불안이 현실이 되자 사람들의 분노가 봇물처럼 터져나온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분노를 표출함에 그치지 않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 기자들,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 5·18기념재단 등이 전문적 식견을 동원해 진조위가 작성한 개별보고서의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다.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는 한발 더 나아가 진조위가 부실한 조사보고서를 낸 것에 대한 원인을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진조위를 상대로 조사계획, 구체적인 조사활동의 내용, 조사위원들의 근태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게 된 것이다. 원래 차관급 기관인 진조위에 대해서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단위는 국회이나, 현재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지 않아 그 역할에 공백이 생겼고, 불행히도 그 사이에 진조위는 활동을 종료하고 올해 6월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사용하며 전국민적 기대와 신뢰를 받아온 진조위가 자신들의 활동에 대해 공적인 평가를 받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함은 당연하다. 그리고 송선태 위원장은 공적인 자리에서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해왔다. 그러니 5·18진상규명이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조위는 5·18특위의 정보공개청구에 응해야 할 것이다. 진조위의 협조에 따라 원인진단과 보완책 모색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불안하고 답답한 상황은 진조위 뿐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립트라우마센터의 운영비 부담을 광주시에 전가했다. 관련법은 국가기관의 운영비를 정부가 부담하라고 정하고 있다. 법을 어기는 검찰공화국의 처사에 시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법이 아니더라도 국가폭력피해자들의 트라우마치료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여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할 책임은 가해자인 정부에게 있다. 그런 정부의 몰염치한 예산편성은 명백한 2차 가해이다. 2차 국가폭력이다.

그 와중에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은 어떤가. 광주 곳곳에 소재한 사적지들은 흉물이 되어가고 있지만 사적지 보존관리에 관한 계획도 사업도 예산도 없다. 또 공법단체의 시지부 사무실을 운영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예산도 지원되지 않는다.

누군가 말했다. 1980년 5월에 시작된 고립이 2024년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다시 오월인데, 마음은 한없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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