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10대 여성 살해범 광주.전남 첫 머그샷 공개
전남경찰 ‘30세 박대성’ 신상공개
실물과 다른 증명사진 공개 비판
1월 법 개정으로 얼굴 강제 촬영
경찰 홈페이지 마비 전국적 관심
“최신사진 꾸준히 갱신해 공개를”
입력 : 2024. 10. 01(화) 18:00
전남경찰이 순천 도심에서 흉기를 휘둘러 1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박대성(30)의 머그샷을 공개했다. 전남경찰 제공
순천에서 1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박대성(30)씨의 신상정보와 머그샷(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가 공개됐다.

전남경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살인 혐의로 구속된 박씨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7인 이상의 위원들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위원회는 이날 3시간 동안 심의를 거쳐 수단의 잔인성, 중대한 피해, 국민의 알권리, 재범 방지 등 ‘중대범죄신상공개법’(신상공개법)이 규정한 요건에 충족한다고 판단해 박대성의 이름, 나이, 사진 등을 전남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신상정보는 오는 10월 29일까지 30일간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신상공개 결정은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을 제정·시행한 1월 이후 광주·전남 첫 사례다.

● “실물과 다른 얼굴 사진” 비판 수용

우리나라는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의 경우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피의자 신상공개제도는 수사 중인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다.

신상공개법이 제정·시행되기 전의 경우 검찰과 경찰이 피의자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어떤 모습을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통상적으로 신분증 사진이나 증명사진이 공개됐다. 이에 촬영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거나 화장이나 포토샵 보정 등이 적용된 증명사진이 공개되곤 했다.

앞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유기한 정유정의 증명사진을 경찰이 공개했을 때 ‘실물과 달라 동창들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반응이 있었다.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도 실물과 다르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개인정보보호법’상 피의자의 동의 없이 머그샷 촬영이 불가능하기에 생긴 일이었다. 실제로 신림역 흉기난동범 조선도 머그샷 촬영과 공개를 거부한 바 있다.

이 같은 비판을 수용한 수사기관이 중대범죄 피의자의 ‘머그샷’을 강제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신상공개법이 제정됐고, 검찰과 경찰은 중대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때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의 모습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피의자의 얼굴을 동의 없이 촬영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박씨 사진은 범죄자 인상착의 기록을 목적으로 체포 시점에 수사기관이 촬영한 머그샷이다.

●10대 청소년 살해, 박대성은 누구

박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0시43분께 순천시 조례동 한 주차장에서 A양(17)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크게 다쳐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경북 경주에서 3개월 전 순천으로 이주한 박씨는 한 프랜차이즈 찜닭 배달전문 음식점을 운영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비관적인 삶을 견디지 못하고 수차례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던 그는 25일 밤부터 소주를 마신 뒤 26일 자정이 됐을 때 주방용 흉기를 챙겨 길거리를 배회하다 오전 12시40분께 A양의 뒤를 800m가량 뒤쫓아 범행을 저질렀다.

박씨는 범행 후에도 오전 3시께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행인과 시비가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그의 인상착의를 알아보면서 현장에서 체포됐다.

순천경찰은 지난달 27일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광주지법 순천지원 정희영 부장판사는 2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면서 “소주 4병을 마셨다. 피해자와는 아는 사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범행을 부인하느냐는 질문에는 “증거는 다 나왔기 때문에 부인하지 않는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의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 박씨는 ‘음성’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와 A양이 서로 일면식도 없었던 것으로 보고 ‘묻지마 살인’, ‘계획 범죄’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두고 통신 내역 수사,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정확한 동기와 경위를 밝혀낼 방침이다.

● 박대성 신상공개에 전국적 관심 집중

박대성의 범행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그의 신상이 공개된 30일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남경찰청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박씨가 운영하던 식당 온라인 리뷰창에는 ‘살인자’, ‘평생 손가락질 받고 고통 속에 살아라’, ‘너도 나중에 밤에 거리 나서는게 무서운 날이 오게 될 거다’는 등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일부 시민은 식당 주변에 계란이나 이물질을 투척하기도 했다.

특히 박대성의 과거사진이나 보정이 들어간 증명사진이 아닌 머그샷이 공개됐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다 내려놓지는 못하겠다는 목소리다.

순천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한영선(53)씨는 “(박대성이)신상공개 된 사진을 보고 지나가면서 봤던 사람이구나 싶고 지금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나중에 출소하게 된다면 순천에 계속 거주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꾸준히 최신 사진으로 갱신해서 공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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