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서 손자가 할머니 업고 700m 달려 구조
입력 : 2025. 07. 21(월) 18:31
산청 산기슭 마을 매몰. 연합뉴스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토사에 휩쓸린 90대 할머니를 손자가 업고 수백 미터를 달려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산청군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병정마을에 쏟아진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마을에 거주하던 현대환(28)씨는 집 2층에서 주변 상황을 살피던 중 굉음과 함께 흙과 자갈이 집을 덮치는 장면을 목격했다.

토사에 휩쓸려 하반신이 잠기기도 했던 현씨는 가까스로 몸을 빼낸 뒤 정신을 차려보니, 1층에 있던 90대 할머니가 산사태 충격으로 집 아래 차고 인근 바위 위로 밀려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현씨의 집은 경사진 지형에 지어진 구조로, 1층 아래에 차고가 위치해 있었고 할머니는 토사에 휩쓸려 아래로 굴러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씨는 즉시 119에 신고했으나 “도로가 끊겨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고, 인근 마을회관 평상으로 할머니를 옮긴 뒤 주변을 살폈다. 이때 약 700m 떨어진 마을 입구에 대기 중이던 119구급차를 발견한 그는, 할머니를 업고 구급차까지 달려가 구조를 요청했다.

할머니는 찰과상 등 부상을 입었지만, 현씨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무사히 진주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청군 관계자는 “현씨 사례처럼 재해 상황에서 인명을 구조한 사례를 파악 중”이라며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철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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