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민 피해 공존 속 영산강 해수유통 논의 제자리 걸음"
‘영산강 수문 너머, 생명과 공존의 미래를 만들자’ <2>멈춰선 영산강 하굿둑 개방 논의
10km 이상 해역까지 오염수 타격
"수시개방 통해 피해최소화 해야"
농가 염해·용수문제 우려 대책 충분
"공론화 통해 오해풀고 협의체 구성"
입력 : 2025. 07. 13(일) 10:12
광주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1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영산강 하굿둑에서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하굿둑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국가하구생태복원전국회의 제공
영산강 하굿둑 해수유통 논의가 어민과 농민의 입장 차, 정부의 소극적 대응 등으로 여전히 답보 상태다. 매년 홍수기때면 부영양화로 오염된 담수를 한꺼번에 바다로 방류하면서 어가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 여지는 전무하다. 농가의 막연한 우려도 영산강 하굿둑 해수유통을 막는 갈등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농업계가 우려하는 염해피해·농업용수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만 과거 제대로된 공론화 절차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갈등을 키웠다. 또한 수문 개방 방식과 수질·염분 조절 기술을 병행해 해수유통이 이뤄지면 어기피해와 농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며 하굿독 개방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광주·전남지역 20여개 환경단체가 지난 2019년 광주 남구 승촌보에서 영산강 재자연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가하구생태복원전국회의 제공
●어민 피해 반복 불구 일시 방류 ‘여전’

영산강 하굿둑은 1981년 농업용수 확보와 간척지 조성을 목적으로 설치됐다. 당시 전라남도 나주와 영암·해남 등에 조성된 간척지는 지역 농업 생산기반 확대에 기여했지만, 총 34.6㎢의 호수 면적과 2억 5000만 톤의 총저수량을 보유한 영산호는 유입된 담수가 장기간 정체되면서 수질 악화 문제를 야기했다. 유기물 농도, 총질소 및 총인 농도 모두 환경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부영양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 다수의 환경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어민들은 특히 홍수기 일시 개방으로 이 오염된 담수가 바다로 쏟아지면서 어류 폐사, 패류 생존율 저하, 양식장 직격 피해가 반복된다고 주장한다. 2009년과 2012년, 2016년 등 영산강 하굿둑 수문이 개방된 이후 목포와 신안 해역에서 전복과 김 양식장 피해가 집중됐다.

피해를 입은 어가 대다수는 홍수기때 영산강 하굿둑 배수갑문 개방에 따른 강물 방류로 순식간에 양식장이 쑥대밭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최명갑 전남수산경영인연합회 부회장은 “김 종자는 민물에 닿으면 부착이 어렵고, 낙지는 저염분에 질식해 피해가 크다”며 “특히 김 종자 입식기와 낙지 산란기가 겹치는 시기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1년 9월, 수문이 개방된 뒤 2주 간 신안 인근 해역 김 양식장에서 생산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다.

그는 “홍수기마다 하굿둑이 일시에 개방되면서 탁한 민물이 대량으로 바다로 쏟아진다. 이 물이 바다 표층을 따라 퍼지는데, 조류를 타고 신안 압해도는 물론 목포, 해남, 진도 인근까지 밀려와 양식장 피해를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고, 어민들만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단순히 해수유통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개방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에서 해마다 방류 시기나 양을 어민들과 사전에 공유하거나 협의하는 절차가 없어 피해는 예측불허다. 수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승수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이러한 피해 원인을 “염분이 낮은 담수는 해수보다 가벼워 바다 표층에 머물고, 조류를 타고 멀리까지 이동한다”며 “탁도와 부영양화된 오염물질을 담고 있는 담수층이 양식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최대 10km 이상 떨어진 해역에서도 이러한 수괴가 확인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실시된 국립해양조사원의 수질 조사에서도 같은 해 하굿둑 개방 후 약 12일간 해남~진도 해역에 저염분 담수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된 바 있다.

영산강 하굿둑 전경. 전남일보 DB
●농민 우려‘설계로 해소 가능’

역으로 농민들은 상시개방 시 바닷물 역류로 인한 염해 피해와 농업용수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간척지 내 논에 바닷물이 스며들 경우 벼 생육 부진, 토양 염류 집적, 지하수 염도 상승 등의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농민 사회는 해수유통 논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는 기술적 설계를 통해 충분히 해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 교수는 “영산강 하류는 뻘층인 점토질로 구성돼 있어 해수의 지하수 침투가 어려운 지질 구조”라며 “염도 3psu 이하에서는 벼 생육에도 영향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간조·만조 주기를 고려한 단계적 개방, 유속 0.2m/s 이하 유지, 염도 및 수위 자동센서 설치를 통한 실시간 조절, 취수구 상류 이전 등 복합적 기술을 병행하면 농업 피해는 극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환경부와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2022년 시뮬레이션한 결과에서도, 상시개방 시 벼 생육에 미치는 염해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도출된 바 있다. 또 2023년 무안군과 농어촌공사, 전남도농업기술원이 참여한 자체 조사에서도 “수위·수질 자동 관리 시스템 구축”을 조건으로 염해 및 농업용수 문제는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전 교수는 “무조건 개방이 아니라, 유속·염도·수질을 통제하며 상시개방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며 “3년에 걸친 해수-담수 순환을 통해 영산호를 기수 상태로 바꾸면, 수질 개선뿐 아니라 조류 확산 억제, 생물 다양성 회복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수유통 논의가 실현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공론화 부족’을 지적한다. 그는 “정작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어민과 농민들이 과학적 데이터에 접근할 기회가 없었다”며 “정치적으로 편향된 논의 틀에서 현장 목소리보다 정략적 고려가 앞서며 오히려 갈등만 조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주체들이 정책 설계에 참여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수산업과 농업, 생태계가 공존하는 통합적 수자원 관리가 해수유통 정책의 방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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