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北 3번째 세계유산 지정
1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 등재 결정
"독특한 지형·경관·불교 전통 어우러져"
입력 : 2025. 07. 13(일) 17:57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지난달 금강산의 자연경관을 담은 우편엽서를 화첩 형태로 발행했다. 연합뉴스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며 한민족의 명산으로 꼽혀온 금강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북한 측이 신청한 금강산을 세계유산으로 확정했다.

정식 명칭은 ‘금강산’(Mt. Kumgang - Diamond Mountain from the Sea)이다.

앞서 지난 5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금강산에 대해 등재를 권고한 바 있다.

위원회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금강산이 독특한 지형과 경관, 불교의 역사와 전통, 순례 등이 얽혀 있는 문화적 경관으로서 가치가 크다고 봤다.

금강산은 백두산과 함께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으로 여겨져 왔다.

높이 1638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폭포와 연못이 어우러지며 태백산맥 북부, 강원도 회양군과 통천군, 고성군에 걸쳐 있다.

위치에 따라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뉘며 다양한 식물 종이 서식해 생태·자연 자원의 보고(寶庫)로도 꼽힌다.

철마다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는 점도 유명하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 금강이라네’(동요 ‘금강산’ 가사)

금강산은 예부터 사대부와 문인들이 꼭 가고 싶어 한 여행지였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금강산에 대해 ‘사람이 죽어서 지옥에 가지 않으려면 죽기 전에 한번은 올라야 한다는 민간신앙이 있을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고 설명한다.

여러 문학 작품과 예술품에는 금강산의 숨결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고려 후기 문인인 이곡(1298∼1351)이 1349년 금강산과 동해안 지방을 유람하고 지은 기행문인 ‘동유기’(東遊記)다.

조선시대 학자 율곡 이이(1536∼1584)가 19세에 금강산을 돌아본 뒤 남겼다고 하는 3천자 분량의 시 ‘풍악행’(楓岳行)도 잘 알려져 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1676∼1759)은 우뚝 솟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만폭동 계곡, 기암괴석 등의 절경을 한 폭의 그림(국보 ‘정선 필 금강전도’)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코모스 등 자문기구는 금강산이 불교 유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봤다.

영남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금강산사대찰전도’(金剛山四大刹全圖) 지도에는 금강산의 수려한 경관과 더불어 장안사, 표훈사, 유점사 등 주요 사찰이 묘사돼 있다.

경관 고고학 전문가인 최종희 배재대 조경학과 교수는 “금강산은 과거 유럽 귀족들의 ‘그랜드 투어’처럼 사대부나 문인이 꼭 다녀와야 할 필수 코스였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빼어난 풍광과 더불어 (문인이나 예술가에) 영감을 주는 문화의 산실로서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강산은 등재를 신청한 지 약 4년 만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유네스코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북한 측은 2021년 금강산의 등재 신청서를 냈으나, 당시 코로나19 방역 상황으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고 올해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등재로 북한의 세계유산은 3건으로 늘어났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2004년)과 ‘개성역사유적지구’(2013년) 등 세계유산 2건과 인류무형문화유산 5건을 보유하고 있다.
박찬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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