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대통령 기저효과
박성원 편집국장
입력 : 2025. 07. 09(수) 16:18
박성원 국장
‘기저효과(Base Effect)’는 경제 지표 해석에서 자주 인용되는 개념이다. 기준이 되는 전년도 실적이 유난히 낮을 경우, 그 다음 해의 수치는 실질적인 개선보다 과도하게 좋아 보이는 통계적 현상을 말한다.

취임 한달을 넘긴 이재명 대통령이 ‘준비된 리더’라는 호평을 받는 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패가 만든 ‘기저효과’가 일정부분 작용하고 있다. 실제 기저효과의 배경에는 윤 전 대통령이 남긴 여러 장면들이 있다.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기자들을 향해 “전 정권 장관이 더 훌륭했느냐”고 반문하던 모습, 검찰 출신 인사로 채워진 초기 내각, 정책보다 진영 논리가 앞섰던 국정 운영. 이러한 전임자의 독단적 인사, 불통, 강경 일변도 정책 추진 등 ‘비호감 리더십’은 지금의 이 대통령을 상대적으로 더 합리적이고 소통하는 지도자로 보이게 만들었다.

지난 3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호평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상대적 안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타운홀식 배치, 장시간 질의응답, 비판을 피하지 않는 태도까지, ‘변화된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중요한 건 기저효과는 오래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빠르게 지워지고, 국민의 기대치는 높아진다. 이 대통령은 이제 비교 대상 없는 독자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내각 구성, 노동 정책, 외교 현안, 검찰 개혁 등 고차방정식에 가까운 과제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검찰 고위 인사와 민정수석 임명에 대해 조국혁신당 등 개혁 세력은 불만을 터뜨렸다.

진짜 리더십은 위기에서 드러난다. 이 대통령 역시 이를 인식하는 듯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고집하면 남는 사람이 없다”며 포용 인사를 강조했고, 야당과의 갈등에 대해서도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보다 낫다”는 평가에 안주한다면 이 대통령 역시 실패한 지도자로 기록될 수 있다. ‘준비된 리더’란 말은 후보 시절엔 유효하지만, 대통령의 자리에선 성과로만 증명된다. 이 대통령이 ‘윤석열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받는’ 대통령에서 벗어나, ‘이재명이기 때문에 신뢰받는’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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