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국가의 ‘정신적 인프라’… ‘창의의 시간’ 제공해야
453 배냇소 기초예술 기본소득
입력 : 2025. 07. 03(목) 17:23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그러니까 소는 누가 키우냐고요?
배냇소 프로젝트와 청년예술인 생애주기 지원 정책에 대해 다루면서 내놓았던 카피가 ‘소는 누가 키우나’였다. 전통사회는 이 물음에 분명한 답을 갖고 있었다. 맥락을 좀 더 보완하기 위해 이 글을 준비한다. 두 가지 함의가 있다. 경제 문제는 즉자적 처방이 필요하다. 수술 처방 등의 대증요법과 같다. 문화 문제는 장기적 체질 개선을 요구한다. 한의학적 처방에 비유할 수 있다. 지속가능하게 다루는 관점이 요구된다. 이 저력이 K-컬처의 토대가 됐다. 그 중심에 BTS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도 있다. 하지만 국내 전반을 살피면 녹녹하지 않다. 청년 문화예술인 상당수는 실험과 창의 중심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기초예술, 인문 창작, 독립출판, 비영리 문화기획 등 성과 중심의 정책 틀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다. 성과 경쟁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때때로 뉴스를 도배하는 청소년들의 비극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창의의 시간’을 버틸 수 없는 구조가 생애주기 전체의 문화 자립성을 위협한다. 소수 정량지표 중심의 성과를 선호하니 실험 예술은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다. 청년예술인 예술활동 적립계좌 등 여러 재단의 창작준비금, 창작활동비 등도 지속적 생활 기반으로 기능하기에는 미흡하다. 전통적인 배냇소는 기본적으로 민간 협업 시스템이지만 일종의 거버넌스다. 일정 시점까지 소득과 자산 일부를 피드백해 공동체 이익으로 환수하는 선순환형 구조다. 문화적 토착성과 보편적 복지의 철학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도적 틀이다. 전통 농경사회가 14살이 되는 청소년에게 경제적 책임과 자산 형성의 기회를 함께 부여했던 고유한 전통이다. 갓난 송아지를 무상 분배하거나 임대해, 소년이 직접 키우고 번식시켜 이득을 취하게 하거나 되갚는 방식이다. 일종의 생활 기반 자산지원 제도이자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양육하는 대동 사회 시스템이다. 무상 지원으로 기초 성공이나 정착까지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실질적인 버팀목이 된다. 실험과 실패, 탐색을 감내할 여유가 생긴다. 예술 활동 자체가 ‘삶’이 되도록 기능한다. 자립을 돕되, 회수 가능한 상호 신뢰 구조가 구축된다.
청년 문화예술인 배냇소 정책 설계
실험적이고 비시장적인 기초 예술인 활동을 지원해 국가 창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기초 예술인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인문학 등에서 상업성보다는 공공과 실험에 기반해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말한다. 청년기 문화예술인은 예술과 생계 사이의 극심한 긴장을 겪는 시기다. 청년의 생애주기에서 ‘시작 자산’을 형성해주는 것은 생애 전체의 균형과 토대를 마련해주는 일이다. 이를 준비기, 진입기, 성장기, 전환기로 나눠 살필 수 있다. 준비기는 18~25세 정도로 관련 학교 재학생이나 초기 작품 제작을 시도하는 이들이다. 창작준비비, 장비 지원비, 작업공간 대여, 멘토링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진입기는 25~35세 정도로 첫 개인전이나 출판 등 아웃풋을 시도하는 이들이다. 창작활동비 지원, 발표 기회 제공, 생활비 지원 등의 기초자산 지원을 거론할 수 있다. 준비기나 진입기 주기에는 고정 수입이 거의 없이 작품 판매나 창작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시기이다. 성장기는 35~50세 정도로 안정적 창작, 협업 네트워크 제공, 레지던시 등 활동 영역을 확대할 시기다. 국제교류나 창작공간 지속 운영 등이 관건이다. 전환기는 50세 이후로 교육 활동, 아카이빙, 후진 양성 등의 시기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네 가지 설계 방안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생애주기 연계 구조로 설계한다. 각 생애주기별 청년문화예술인 전용계좌를 만들어 자산 분배를 한다. 준비기에는 교육과 실험 위주로, 진입기에는 창작과 기획 위주로, 성장기에는 협업과 네트워크 연속 등으로 단계별 전환을 도모한다. 둘째, 국가예산은 물론 메세나 등 씨앗 자산으로서의 자금을 확충한다. 단순 소비 기반이 아닌, 창작 기반으로 전용하도록 한다. 창작활동, 재료비, 공간 임대, 협업 프로젝트 등 문화예술 목적에 한정한다. 셋째, 지역 연계 문화공동체를 구축해나간다. 각 기초지자체나 재단 등에 문화 공방형 ‘배냇소 센터’를 설치한다. 유휴 공간과 공공건물을 활용한다.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자산 사용을 컨설팅하며 상호 멘토링 구조를 정착시켜나간다. 기왕의 지역문화재단 및 예술 관련 협회 등과 연결해 배냇소 생태계로 편입시킨다. 넷째, 일정 기간 후 ‘새끼소 환원’에 해당하는 사회기여 방식을 선택해 실천하게 한다. 지역 초중고 방문 예술 교육, 지역 축제 참여 기획, 기초예술 아카이빙 협업, 공공 창작물(영상, 음악, 전시 등)의 기부 등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당장 시행이 어렵다면 시범사업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남도인문학팁
기초청년예술인 1000만 양병, 지금 배냇소 정책이 필요한 이유
율곡 이이가 말했다는 10만 군사 양병설이 있다. 임진왜란 대비 주장이었다. K-컬처가 산업이 되고 글로벌 경쟁이 되는 시기가 됐다. 이제 기초청년예술 1000만 양병이 필요한 시기다. 방탄소년단(BTS) 1000만 양병설이라 해도 무방하다. 청년 기초 예술인과 창의 세대에 대한 생애기초 자산지원의 국가적 당위가 있다. 사회적 감수성과 문화주권을 강화시키는 것은 갈등과 배제 등으로 발생하게 되는 사회적 손실을 방지하는 방안이며 예술 교육과 연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문화창작자가 국민감정과 정체성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핵심 발현자가 되는 것이다. 여러 지자체 및 기관과 해외 선진사례들이 있다. 그 장단점을 헤아려 설계하고, 자본과 노동의 선한 영향력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환원되도록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창의적인 도전이 가능한 청년세대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꿈을 실천해 가는가에 달려있다. 예술, 문화, 디자인, 생태 등 기초분야에서 실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창의력이 중요하다. 창의 기반 미래 인프라의 실질적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전통예술, 독립영화를 넘어 지금은 AI예술까지 나아가고 있다. 복합형 기초소득으로 일정한 심사를 통과한 청년들에게 무조건 기본급을 지급하는 사회기여 선순환이 긴요하다. 운영주체는 문체부 등 국가와 지역문화재단 등의 지자체, 예술 관련 센터, 지자체의 다양한 청년센터, 특히 기업과 민간이 동행하는 적극적 거버넌스가 해당된다. 프로그램 혹은 정책을 입안하는 데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성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의 정책이 돼야 한다. 그래야 실험 창작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고 강화된다. 지역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지역소멸이나 인구감소 문제와 연결하는 방안이다. 창작자 유입 및 정주를 유도해 지역문화균형 성장을 도모하는 등 수단이 많다. 단기 고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자립 기반을 확보해 국가 문화 생태계의 장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통 농경사회의 배냇소 제도는 공동체가 미래 세대에게 자산을 무상분배하며 노동과 책임을 통해 자립 기반을 형성한다는 대동의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청년 자산 격차의 선순환적 완화를 도모하는 효과가 있으니 현대판 대동 세상 시스템이다. 노동시장 진입 이전부터 청년들에게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배냇소가 오래된 전통이라는 점에서 전통 계승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효과도 있다. 전통적 자립윤리를 계승한 윤리적 기본소득 모델이다. 청년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은 국가의 ‘정신적 인프라’를 설계하는 일이다. 기초예술인, 창작지향 청년예술가, 문화기획자, 독립출판자, 인문 연구자 등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전통과 서사를 재구성하고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지는 씨앗이다.
배냇소 프로젝트와 청년예술인 생애주기 지원 정책에 대해 다루면서 내놓았던 카피가 ‘소는 누가 키우나’였다. 전통사회는 이 물음에 분명한 답을 갖고 있었다. 맥락을 좀 더 보완하기 위해 이 글을 준비한다. 두 가지 함의가 있다. 경제 문제는 즉자적 처방이 필요하다. 수술 처방 등의 대증요법과 같다. 문화 문제는 장기적 체질 개선을 요구한다. 한의학적 처방에 비유할 수 있다. 지속가능하게 다루는 관점이 요구된다. 이 저력이 K-컬처의 토대가 됐다. 그 중심에 BTS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도 있다. 하지만 국내 전반을 살피면 녹녹하지 않다. 청년 문화예술인 상당수는 실험과 창의 중심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 기초예술, 인문 창작, 독립출판, 비영리 문화기획 등 성과 중심의 정책 틀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다. 성과 경쟁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때때로 뉴스를 도배하는 청소년들의 비극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창의의 시간’을 버틸 수 없는 구조가 생애주기 전체의 문화 자립성을 위협한다. 소수 정량지표 중심의 성과를 선호하니 실험 예술은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다. 청년예술인 예술활동 적립계좌 등 여러 재단의 창작준비금, 창작활동비 등도 지속적 생활 기반으로 기능하기에는 미흡하다. 전통적인 배냇소는 기본적으로 민간 협업 시스템이지만 일종의 거버넌스다. 일정 시점까지 소득과 자산 일부를 피드백해 공동체 이익으로 환수하는 선순환형 구조다. 문화적 토착성과 보편적 복지의 철학을 동시에 충족하는 제도적 틀이다. 전통 농경사회가 14살이 되는 청소년에게 경제적 책임과 자산 형성의 기회를 함께 부여했던 고유한 전통이다. 갓난 송아지를 무상 분배하거나 임대해, 소년이 직접 키우고 번식시켜 이득을 취하게 하거나 되갚는 방식이다. 일종의 생활 기반 자산지원 제도이자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양육하는 대동 사회 시스템이다. 무상 지원으로 기초 성공이나 정착까지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실질적인 버팀목이 된다. 실험과 실패, 탐색을 감내할 여유가 생긴다. 예술 활동 자체가 ‘삶’이 되도록 기능한다. 자립을 돕되, 회수 가능한 상호 신뢰 구조가 구축된다.
청년 문화예술인 배냇소 정책 설계
실험적이고 비시장적인 기초 예술인 활동을 지원해 국가 창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기초 예술인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인문학 등에서 상업성보다는 공공과 실험에 기반해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말한다. 청년기 문화예술인은 예술과 생계 사이의 극심한 긴장을 겪는 시기다. 청년의 생애주기에서 ‘시작 자산’을 형성해주는 것은 생애 전체의 균형과 토대를 마련해주는 일이다. 이를 준비기, 진입기, 성장기, 전환기로 나눠 살필 수 있다. 준비기는 18~25세 정도로 관련 학교 재학생이나 초기 작품 제작을 시도하는 이들이다. 창작준비비, 장비 지원비, 작업공간 대여, 멘토링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진입기는 25~35세 정도로 첫 개인전이나 출판 등 아웃풋을 시도하는 이들이다. 창작활동비 지원, 발표 기회 제공, 생활비 지원 등의 기초자산 지원을 거론할 수 있다. 준비기나 진입기 주기에는 고정 수입이 거의 없이 작품 판매나 창작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시기이다. 성장기는 35~50세 정도로 안정적 창작, 협업 네트워크 제공, 레지던시 등 활동 영역을 확대할 시기다. 국제교류나 창작공간 지속 운영 등이 관건이다. 전환기는 50세 이후로 교육 활동, 아카이빙, 후진 양성 등의 시기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네 가지 설계 방안을 생각해보았다. 첫째, 생애주기 연계 구조로 설계한다. 각 생애주기별 청년문화예술인 전용계좌를 만들어 자산 분배를 한다. 준비기에는 교육과 실험 위주로, 진입기에는 창작과 기획 위주로, 성장기에는 협업과 네트워크 연속 등으로 단계별 전환을 도모한다. 둘째, 국가예산은 물론 메세나 등 씨앗 자산으로서의 자금을 확충한다. 단순 소비 기반이 아닌, 창작 기반으로 전용하도록 한다. 창작활동, 재료비, 공간 임대, 협업 프로젝트 등 문화예술 목적에 한정한다. 셋째, 지역 연계 문화공동체를 구축해나간다. 각 기초지자체나 재단 등에 문화 공방형 ‘배냇소 센터’를 설치한다. 유휴 공간과 공공건물을 활용한다. 창작공간을 제공하고 자산 사용을 컨설팅하며 상호 멘토링 구조를 정착시켜나간다. 기왕의 지역문화재단 및 예술 관련 협회 등과 연결해 배냇소 생태계로 편입시킨다. 넷째, 일정 기간 후 ‘새끼소 환원’에 해당하는 사회기여 방식을 선택해 실천하게 한다. 지역 초중고 방문 예술 교육, 지역 축제 참여 기획, 기초예술 아카이빙 협업, 공공 창작물(영상, 음악, 전시 등)의 기부 등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당장 시행이 어렵다면 시범사업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남도인문학팁
기초청년예술인 1000만 양병, 지금 배냇소 정책이 필요한 이유
율곡 이이가 말했다는 10만 군사 양병설이 있다. 임진왜란 대비 주장이었다. K-컬처가 산업이 되고 글로벌 경쟁이 되는 시기가 됐다. 이제 기초청년예술 1000만 양병이 필요한 시기다. 방탄소년단(BTS) 1000만 양병설이라 해도 무방하다. 청년 기초 예술인과 창의 세대에 대한 생애기초 자산지원의 국가적 당위가 있다. 사회적 감수성과 문화주권을 강화시키는 것은 갈등과 배제 등으로 발생하게 되는 사회적 손실을 방지하는 방안이며 예술 교육과 연계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문화창작자가 국민감정과 정체성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핵심 발현자가 되는 것이다. 여러 지자체 및 기관과 해외 선진사례들이 있다. 그 장단점을 헤아려 설계하고, 자본과 노동의 선한 영향력이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환원되도록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창의적인 도전이 가능한 청년세대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꿈을 실천해 가는가에 달려있다. 예술, 문화, 디자인, 생태 등 기초분야에서 실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는 창의력이 중요하다. 창의 기반 미래 인프라의 실질적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전통예술, 독립영화를 넘어 지금은 AI예술까지 나아가고 있다. 복합형 기초소득으로 일정한 심사를 통과한 청년들에게 무조건 기본급을 지급하는 사회기여 선순환이 긴요하다. 운영주체는 문체부 등 국가와 지역문화재단 등의 지자체, 예술 관련 센터, 지자체의 다양한 청년센터, 특히 기업과 민간이 동행하는 적극적 거버넌스가 해당된다. 프로그램 혹은 정책을 입안하는 데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성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의 정책이 돼야 한다. 그래야 실험 창작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고 강화된다. 지역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지역소멸이나 인구감소 문제와 연결하는 방안이다. 창작자 유입 및 정주를 유도해 지역문화균형 성장을 도모하는 등 수단이 많다. 단기 고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자립 기반을 확보해 국가 문화 생태계의 장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전통 농경사회의 배냇소 제도는 공동체가 미래 세대에게 자산을 무상분배하며 노동과 책임을 통해 자립 기반을 형성한다는 대동의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청년 자산 격차의 선순환적 완화를 도모하는 효과가 있으니 현대판 대동 세상 시스템이다. 노동시장 진입 이전부터 청년들에게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배냇소가 오래된 전통이라는 점에서 전통 계승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효과도 있다. 전통적 자립윤리를 계승한 윤리적 기본소득 모델이다. 청년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은 국가의 ‘정신적 인프라’를 설계하는 일이다. 기초예술인, 창작지향 청년예술가, 문화기획자, 독립출판자, 인문 연구자 등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전통과 서사를 재구성하고 정체성을 확고하게 다지는 씨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