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박제가의 친필 '북학의' 등 보물 9건 지정 예고
허준, 전염병 연구서·합천 해인사 관음 등 포함
입력 : 2025. 07. 01(화) 10:29
‘박제가 고본 북학의’. 연합뉴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의 명저, 허준이 편찬한 전염병 의학서 등이 보물이 된다.

1일 국가유산청은 ‘박제가 고본 북학의’와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 ‘벽역신방’ 등 총 9건의 문화유산을 보물로 각각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제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북학의’는 1778년 청나라 북경을 다녀온 뒤 국가 제도와 정책 등 사회·경제 전 분야에 대한 실천법을 제시한 지침서다.

각종 기물·장비와 관련한 개혁법, 제도·정책 개혁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수원화성박물관이 소장한 자료는 작성 시기가 초기본에 가장 가깝고, 박제가가 친필로 쓴 원고로 만든 책인 고본(稿本)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다른 사람이 옮겨 베껴 쓰는 다양한 형태의 필사본의 근본이 되는 책으로 내용의 기본 틀과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는 ‘열하일기’로 잘 알려진 박지원의 소개 글도 함께 남아 있다.

당대를 대표하는 두 역사적 인물이 직접 쓴 글씨가 함께 남아 있는 매우 희소한 사례인 데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서로서 큰 역할을 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불교 중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벽암대사의 업적을 기리고자 세운 비석이다.

승려의 비석이 많이 건립되지 않았던 시기에 세워진 드문 사례로, 처음 건립된 이후 현재까지 원래 위치에서 원형을 유지해 가치가 크다.

‘벽역신방’. 연합뉴스
‘벽역신방’은 1613년 허준이 왕의 명령으로 편찬한 의학 전문 서적으로, 당독역(성홍열로 추정)에 대한 허준의 경험, 이론적 견해, 치료법 등이 정리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적은 분량임에도 당독역에 대한 최초의 관찰이자 치료 대책이 담긴 것으로, 전염병 연구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이 소장한 ‘벽역신방’ 등이 남아 있으나, 동은의학박물관이 소장한 자료는 개인에게 내려준 사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책 표지 안쪽 기록을 볼 때 1614년 종친인 봉래군 이형윤에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학술 가치가 큰 서적도 보물에 오를 전망이다.

송나라 때 편찬한 선종 전적을 인출한 ‘대혜보각선사서’, 고대 중국의 예에 대한 기록과 해설을 정리한 ‘예기’에 주석을 단 유교서 ‘예기집설 권1∼2’ 등도 지정 예고 대상에 포함됐다.

예기집설의 경우, 현존하는 국내 판본 중 제작 시기가 가장 앞서고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예기 주석서와 저술의 원천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불상, 청동 정병 등 불교 유산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합천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이존좌상 및 복장유물’은 원래 성주 법림사 대장전에 봉안하기 위해 1351년 조성한 것으로, 고려 후기 불교 조각을 대표하는 유물이다.

관음과 지장보살의 조합을 조각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창원 성주사 석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조각승으로 이름을 알린 승호가 주축이 돼 1681년 완성한 조각상으로, 31구의 존상이 남아있다.

‘강화 전등사 명경대’는 사자 등에 홈을 파고 거울을 꽂게 돼 있는 구조의 조각이다. 명경은 불성(佛性)이 비치는 거울을 뜻하며 사찰에서 주로 대웅전에 봉안해왔다.

2016년 강원 삼척의 한 절터에서 발견된 ‘삼척 흥전리사지 출토 청동정병’은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어 현존 사례가 희소한 통일신라 시기 정병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박제가 고본 북학의’ 등 9건의 보물 지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박찬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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