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색깔론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입력 : 2025. 06. 25(수) 13:41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빛은 색이다. 맑고 청명한 하늘 빛. 탁 트인 하늘 아래 펼쳐지는 푸른색 바다. 해질 무렵, 온 대지를 붉게 물드는 노을. 이 모든게 색이고 빛이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결코 색을 볼 수 없다. 빛이 있어야 색이 드러난다. 빛은 하늘과 바다, 땅과 함께 잉태됐다. 인간은 그 빛을 다양한 색으로 이름 지었다. 색은 눈으로 볼수 있는 가시광선의 영역이다. 그러나 인간은 색을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문화로, 기록으로 남겼다.

3만년 전 선사 시대, 동굴에는 그림들이 그려져있다. 당시 시대상을 알수 있는 이 그림에도 색이 있다. 색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흙 속에 포함된 광물이다. 광물에는 철분이 함유됐는데, 이를 이용해 빨간색, 노란색, 갈색 등을 만들었다. 광물을 가루로 빻아서 동물성 기름이나 물로 혼합해 사용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더 많은 색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집트 토양은 광물 성분이 풍부했다. 여기에 불로 가열하고 혼합해 여러 색깔을 만들었다. 빨강, 녹색, 보라색, 금색 뿐 아니라 자연 상태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파란색도 있었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 무지개는 ‘색의 향연’이다.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나타나는 반원 모양의 일곱개 빛 줄이다.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1704년 백색광을 분해해 눈으로 볼 수 있는 색의 범위인 무지개 스펙트럼을 발견했다. 색의 스펙트럼을 처음 밝혀낸 사람은 미술가가 아니라 과학자였다. 이는 ‘색채혁명’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안료 발명이 뒤따랐고, 수천 가지로 확장된 색의 르네상스를 맞았다.

그런데 색이 정치권으로 넘어오면 빛이 바래졌다. 사상·이념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잣대가 됐다. ‘색깔론’이다. 사람을 색깔로 나눠서 구분한다. ‘종북프레임’을 씌우는데 빨간색을 입혔다. 이번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두고도 색깔론이 등장했다. 국민의힘에서 김 후보자의 석사논문에 쓰인 도북자’(逃北者), ‘반도자’(叛逃者)라는 단어가 ‘북한에서 도망간 사람’, ‘배반하고 도망간 사람’이라는 뜻으로 탈북민을 비하하고 북한을 옹호했다며 쟁점화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중국에서 탈북민을 지칭할 때 일반적으로 쓰는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색깔론이 통했던 냉전 이데올로기 시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철 지난 종북 몰이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믿을 국민도 없다. 내란 세력 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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