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김장하 선생은 보수·진보 모두 존경하는 삶"
김장하 장학생들 서울국제도서전서 북토크
"39년 전 받은 장학금, 지금 삶에도 영향"
입력 : 2025. 06. 22(일) 17:02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어른 김장하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 어른 김장하의 씨앗’에 참여해 김장하 선생을 떠올렸다.

김장하 선생은 경남 진주 지역의 유명한 독지가다. 수십 년에 걸쳐 진주에서 한약사로 활동하며 학교, 시민단체, 문화예술단체에 거액을 쾌척했고 어려운 사람들, 학생들을 도왔다.

이날 북토크에도 김 선생에게 장학금을 받은 문 전 대행,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정경순 주한 파나마대사관 선원부서 팀장을 비롯해 김장하 선생의 선행을 다룬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쓴 김주완 작가,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MBC 경남의 김현지 PD가 참석했다.

문 전 대행은 김장하 선생에 관해 진주에 사셨지만 서울에 대한 콤플렉스도, 정규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책을 읽으며 학력을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심대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말하며 김 선생의 삶은 여전히 그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행은 “저는 39년 전에 장학금을 받았다”며 그 장학금을 받은 게 “39년 후의 삶에도 영향을 줬다”고 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씨앗 같은 것’을 김 선생이 그의 마음에 심어두었다는 의미였다.

평생 진주와 경남지역을 떠나지 않았던 김 선생처럼 문 전 대행도 대학교 때와 헌법재판관을 할 때를 제외하곤 부산·경남지역을 떠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부산에서 살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은 선진국이지만 여기서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선 서울 중심의 사고를 버려야 한다. 지역의 다양성에 토대를 둔 창의성만이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하 선생은 진주 지역에선 전설처럼 회자한다. 수많은 사람을 도와줬고, 그가 설립한 진주 명신고등학교도 국가에 헌납했다. 주변에선 그의 선행에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던 사람들도 없지 않았지만, 그는 공직이나 정치 등에 끝까지 무관심했다.

김 선생이 꾸준히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었던 이유가 다큐 ‘어른 김장하’에 어렴풋하게 나온다.

“내가 돈을 벌었다면 결국 아프고 괴로운 상대를 상대로 돈을 벌었다. 다른 직업을 선택했다면 내가 그 돈으로 호의호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차곡차곡 모아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이다.”(김장하)

이날 북토크에서 문 전 대행은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용과 자제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관용은 경쟁하는 상대 정당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자제는 신중함과 인내를 담보로 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효과적인 제도지만, 완성되는 데 인내가 필요합니다. 사회통합은 대통령이 하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은 법률이 제정되면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사회통합은 국회가 하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정원 문제에서도 관용과 자제의 자세로 상대편을 대했다면 “의대 정원도 500명은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경쟁하는 정당들이 대화하고, 타협하는 게 가장 빠른 길”강조했다.
정승우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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