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똥에 뒤덮인 차량...‘날개달린 불청객’에 시민 한숨
광주 동구 공영주차장 피해 심각
먹이 주는 주민 탓에 개체수 증가
입력 : 2025. 05. 21(수) 17:57
비둘기 배설물로 뒤덮인 차량 모습.
“비둘기 배설물들이 차에 묻을 때마다 정말 스트레스예요, 닦기도 힘들고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1일 오전, 광주 동구의 한 공영주차장. 주차된 차량의 본넷과 지붕, 유리창 위에는 비둘기 배설물 흔적이 여러곳 남아 있었다. 차량 위를 지나가는 전깃줄에는 비둘기 수십 마리가 앉아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배설물이 떨어졌다.

현장을 찾은 시민 백현숙(58)씨는 “비둘기 배설물 때문에 차가 금방 더러워져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차에 묻을까 봐 수건이랑 왁스를 따로 챙겨 다닌다”고 말했다.

이 주차장은 최근 들어 비둘기들이 몰려들며 차량 오염 피해가 잦아지고 있다.

주차장 관계자는 “누군가가 이 주변에 먹이를 뿌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비둘기들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며 “전깃줄이 높아 물리적으로 접근하거나 쫓아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설물 피해는 차량 오염에만 그치지 않는다. 위생 문제와 도시 미관 훼손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반복되면서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상호(27)씨는 “밥을 주는 분들을 종종 보는데, 그럴수록 비둘기들이 주변에 더 오래 머무는 것 같다”며 “길을 지나다닐 때 일부러 멀리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에는 비둘기 먹이 금지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 자치구별로 캠페인과 안내 현수막 설치, 기피제 배부 등 개별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먹이 금지 홍보와 함께 비둘기 피해 신고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며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광주시와 5개 자치구 중 남구만 조례를 제정, 23일부터 시행한다. 남구는 오는 11월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이후 비둘기 먹이 주기에 대한 과태료를 최대 100만원까지 부과한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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