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국왕 암살사건 재구성…처절한 운명의 서사
<가면무도회>
남녀간 애정·사나이 우정 극적 묘사
긴장감 넘치는 극 전개…사실적 음악
이탈리아 작품 검열로 로마서 초연
베르디 중기 작품중 가장 성공 평가
남녀간 애정·사나이 우정 극적 묘사
긴장감 넘치는 극 전개…사실적 음악
이탈리아 작품 검열로 로마서 초연
베르디 중기 작품중 가장 성공 평가
입력 : 2025. 04. 24(목) 11:03

2023-2024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공연 모습.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
자식과 아내를 차례로 떠나보내고 올리는 작품마다 실패를 맛보았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는 자신의 삶을 포기할 정도로 힘들었으나 <나부코>의 대본을 만난 후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된다. 이러한 변화 안에서 그는 절명의 위기까지 겪었던 당시의 운명에 관한 집착의 모습을 작품 안에 투영하였는데, 특히 비극적인 운명의 서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그의 3대 오페라로 불리는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 뿐만 아니라 <운명의 힘>, <맥베스>를 비롯한 대부분 작품이 복수와 악연 그리고 이로 비롯된 죽음의 서사를 나열하고 있다.
베르디는 1833년에 1792년의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Gustav III, 1746~1792) 암살 사건, 실화를 다룬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대본가인 오귀스탱 외젠 스크리브(Augustin Eugene Scribe~1861)의 희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오페라 <가면무도회, Un ballo in maschera, 1859>를 기획하게 된다. 베르디는 이 작품의 아이러니한 운명의 고통을 세밀하게 그려낸 극의 전체적인 구조에 감탄했으며, 이는 그의 확고한 결심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운명의 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구스타브 3세는 홀슈타인 고토르프 왕조의 제2대 국왕으로 1772년 쿠데타를 통하여 왕국의 통제권 장악과 더불어 국회 권력까지 손아귀에 넣었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와 문화 융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고문과 사형의 제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스웨덴의 융성을 이끈 왕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연극을 비롯한 예술과 문학을 후원하였으며, 이를 위해 스웨덴 한림원을 설립하였고 친서민 정책으로 귀족과 의회와는 대립적 관계, 서민들에게는 추앙의 대상이었다. 국외적으로는 ‘스벤스크순드 해전’에서 스웨덴의 승리를 이끌어 러시아와 ‘바랄라 조약’을 체결하고 강력한 국력을 배경으로 프랑스의 왕을 굴복시키려 했다. 하지만 1792년 열린 무도회에서 그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귀족들의 음모로 습격을 받고 13일 후에 폐혈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베르디는 구스타프 3세의 업적과 전쟁이나 정쟁을 비롯한 사건보다는 이 구스타프 3세 국왕의 암살과정에 이르기까지 벌어지는 등장인물의 심리적 갈등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운명적 사건에 더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베르디는 이탈리아 대본가 안토니오 소마(Antonio Somma, 1809~1864)에게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재구성하여 대본을 쓰게 하였으며, 이 작품은 남녀 간의 애정과 사나이의 우정을 중심으로 묘사되어 베르디 음악을 품게 되었다.
이 작품은 1858년에 나폴리에서 초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혼란의 시대, 작품에 관한 검열이 극심하던 때로 국왕의 암살 사건을 소재로 무대에 올리는 것에 대한 허가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래서 베르디는 작품 검열의 장벽이 더 수월한 로마에서의 초연을 추진하면서 원제였던 <구스타프 3세> 대신 <가면무도회>로 작품명을 변경하고, 드라마의 배경도 영국의 식민지 미국의 보스턴으로 바꿔서 로마의 아폴로극장에서 올릴 수 있었다. <가면무도회>는 그의 3대 오페라와 함께 중기의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고, 극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이를 뒷받침 해주는 등장인물 간의 대비와 이를 사실적 음악묘사로 끌어낸 풍성한 선율 또한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가면무도회>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원제에서 구스타프 3세의 역할인 미국 보스턴의 총독 리카르도는 가장 신임하는 친구이자 비서관인 레나토(원작에서는 국왕의 심복, 요한 앙카스트롬 백작)의 아내 아멜리아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어서 깊은 번민에 빠져있다. 총독 리카르도는 백성을 현혹해 사회 혼란에 일조한다는 울리카라는 흑인 여자 점쟁이의 처형에 관한 판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울리카의 예언이 정확하다는 시종 오스카(구스타프 3세의 시종)의 변호에 관하여 흥미를 갖는다. 그리고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어부로 변장하고 그녀의 집을 찾는다. 그러나 여기에서 베르디가 갈망하는 운명의 전환점이 등장한다. 거기서 우연히 아멜리아를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리카르도를 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고뇌를 고백하는 것을, 숨어서 듣게 되고 자신 역시 마음 한편에 그녀를 향한 사랑을 꺼내어 기뻐한다. 점장이 울리카는 어부로 변장하고 찾아온 리카르도에게 지금부터 처음 악수하는 사람에게 살해당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때 마침 뒤늦게 도착한 레나토가 등장하여 벗이자 충성하고 있는 총독을 향한 반란자들의 암살 공모를 거부한 것에 관하여 기뻐하며 악수를 청하고, 이에 레나토와 악수를 한 리카르도는 자기의 벗이자 가장 신임하는 친구를 믿으며 울리카의 예언을 무시한다. 이후 교외에서 우연히 만난 리카르도와 아멜리아는 서로의 마음을 알고 사랑과 정조를 고뇌하며 사랑의 이중창을 하고 있을 때, 리카르도의 안부를 걱정하는 레나토가 등장한다. 그는 모반을 꾸미는 음모를 전하며 리카르도에게 우회의 길로 당장 피신할 것을 안내하고 리카르도의 명을 받고 베일을 쓴 아멜리아가 자신의 아내인 줄 모르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 할 때 총독을 암살하러 등장한 반역 무리와 마주하게 된다. 이때 베일을 걸친 여인이 궁금하다며 이를 벗기려는 이반 세력과 레나토가 싸우게 되는데 이를 본 아멜리아는 베일을 들어 신분을 밝힌다. 이제 레나토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배신감에 떨며 복수할 것을 결심한다. 반면 리카르도는 아멜리아의 행복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레나토 부부를 새로운 임명지로 보내려 한다.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해 가면무도회에서 리카르도가 아멜리아를 만나서 작별 인사를 나누는 순간, 레나토는 오스카를 통해 리카르도의 복장을 확인한 후 반란에 합세한 무리와 함께 리카르도의 가슴을 찌른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리카르도는 반란군을 진압하려는 오스카와 사람들을 제지하며 레나토에게 아멜리아와 함께 임명지로 보낸다는 사령장을 전달하며 자신의 희생으로 아멜리아의 결백을 증명한다. 또한, 레나토와 반역자들을 용서하라는 마지막 유언과 함께 숨을 거둔다. 그리고 사람들은 리카르도의 관대한 마음을 찬양한다.
로마에서 초연을 올리게 된 <가면무도회>는 대성공이었다. 베르디의 오페라가 로마에서 초연된 것은 당시, 네 번째였는데 로마 시민들은 엄청난 열광과 함께 ‘Viva Verdi(만세 베르디)’를 연호하였다고 알려진다. 그 후 1935년에 스웨덴에서 공연될 때는 다시 원작으로 개정되어 연주되었다. 주인공 리카르도가 구스타프 3세로 다시 귀한 한 것이다. 이탈리아어로 구스타보로 고쳐 완전한 원작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은 1958년 11월 파리 오페라 극장 공연이며 근래까지 대부분의 공연은 이를 준용하여 오페라 무대에 올려진다.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문화학박사
추천 명반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1978년 <가면무도회, Un ballo in maschera> 공연 실황. 유튜브나 CD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세기의 고전 명반이다.
지휘-클라우디오 아바도, 연출-프랑코 제피렐리
리카르도 역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레나토 역의 피에로 카푸칠리, 아멜리아 역의 마라 잠피에리가 출연하였다.
베르디는 1833년에 1792년의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Gustav III, 1746~1792) 암살 사건, 실화를 다룬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대본가인 오귀스탱 외젠 스크리브(Augustin Eugene Scribe~1861)의 희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오페라 <가면무도회, Un ballo in maschera, 1859>를 기획하게 된다. 베르디는 이 작품의 아이러니한 운명의 고통을 세밀하게 그려낸 극의 전체적인 구조에 감탄했으며, 이는 그의 확고한 결심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운명의 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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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공연 모습.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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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공연 중 레나토가 복수와 분노에 사로 잡혀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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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공연 모습.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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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가면무도회’ 주인공인 리카르도(스웨덴 구스타프3세) 출처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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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가면무도회’ 중 레나토가 리카르도를 칼로 찌르는 장면. 출처 위키피디아 |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1978년 <가면무도회, Un ballo in maschera> 공연 실황. 유튜브나 CD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세기의 고전 명반이다.
지휘-클라우디오 아바도, 연출-프랑코 제피렐리
리카르도 역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레나토 역의 피에로 카푸칠리, 아멜리아 역의 마라 잠피에리가 출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