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영예로운 순간 될 것”
●지스트 화학과 김유수 교수
한국인 최초 日수석과학자 선정
지난해 9월 광주 정착 연구 견인
"광주, 기초과학 하기 최적 조건”
입력 : 2025. 04. 21(월) 17:56
지스트 화학과 김유수 교수(IBS 양자변환연구단장)가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광주에 대한 소회,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의견 등을 밝히고 있다. 지스트 제공
30년 가까이 일본에서 기초과학 연구에 매진해온 김유수 교수(지스트 화학과 교수, IBS 양자변환연구단장)가 광주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수석과학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도쿄대학 등에서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과 협업하며 분자의 세계를 들여다봐 온 그는,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가 지난해 9월 1일 ‘IBS 양자변환 연구단’과 ‘IBS 상대론적 레이저과학 연구단’을 유치·출범시키면서 광주에 정착했다. IBS 연구단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국가 사업이다. 본보는 4월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IBS 양자변환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유수 단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교수의 최근 성과는 전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일 분자의 양자 상태를 피코초(1조분의 1초) 단위로 실시간 조작하고 관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보는 과학’을 넘어 ‘다루는 과학’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성과로, 초고감도 센서, 양자컴퓨팅, 에너지 소자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김 교수는 “이 기술은 전자의 파동함수를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고, 화학 반응의 본질을 규명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기초과학이 산업기술로 이어지는 다리를 놓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일본의 리켄, 도쿄대학 등과의 공동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과학은 본래 국경이 없는 분야이고, 다양한 배경과 시각이 모일 때 진짜 창의성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과학 커뮤니티는 국적이나 세대를 넘어, 순수한 질문과 열정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연대의 공간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영예로운 순간이 되겠지만, 그것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기초과학을 지지해준 사회 전체의 성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라는 도시 역시 김 교수에게는 특별한 의미다. 그는 “광주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과학과 예술 등 철학이 어우러진 곳”이라고 광주를 설명했다. 문화적 깊이를 지닌 광주는, 그가 오랜 시간 추구해온 ‘미지의 세계를 밝히는 빛’이라는 연구 철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됐고, 연구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어 “광주가 흔히 ‘닫힌 도시’로 표현되곤 하지만, 오히려 그 느린 속도와 집중력은 기초과학을 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라며 “몰입할 수 있는 공간, 깊은 생각이 가능한 도시, 그리고 예술과 철학이 어우러진 환경이야말로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가 단지 연구자들이 스쳐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다시 돌아오고 싶어지는 ‘체류형 열린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광주와 전국, 세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또한 그는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기초연구와 산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식의 체인’을 만드는 것이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좋은 연구, 좋은 도시, 좋은 사회는 결국 사람이 머물고 싶어지는 곳”이라며 “광주에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과학을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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