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CCTV·경고방송’ 비웃는 쓰레기 무단투기 기승
광주 도심 음식물 등 쓰레기 점령
악취에 운전자·보행자 안전 위협
5개 구 CCTV 962대 제 역할 못해
‘과태료 부과된다’ 안내 소용없어
“쓰레기 처리 장소 부족” 지적도
입력 : 2025. 02. 19(수) 18:39
지난 18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의 한 빌라촌에 설치된 단속CCTV 앞에 쓰레기 더미가 가득 쌓여있다. 이정준 수습기자
지난 18일 광주 동구 지산동 주택가 단속CCTV 앞에 불법투기된 쓰레기들이 길가에 나뒹굴고 있다. 이정준 수습기자
광주 도심 주택가를 중심으로 무분별한 쓰레기 무단 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인근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광주 5개 지자체는 상습 투기지역에 단속 CCTV를 설치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찾은 광주 동구 지산동의 한 원룸촌. 빌라 건물이 빼곡히 들어찬 골목 한쪽에는 ‘무단투기 단속 CCTV 촬영 중’이라고 적힌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인근에는 각종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일반·재활용 쓰레기뿐만 아니라 훼손된 쓰레기봉투와 먹다 남은 커피, 음식물 쓰레기 등이 뒤엉켜 악취를 풍겼으며, 일부 쓰레기는 강한 바람에 차량이 지나다니는 큰 길가까지 날아가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했다.

같은 날 찾은 광산구 월곡동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단속 CCTV 바로 앞에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은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으며, ‘쓰레기 무단 투기 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경고 안내 음성이 나오고 있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인근 주민들은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미관 훼손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최낙현(24)씨는 “자취방 주변에 단속 CCTV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가에 쓰레기가 가득해 반대편 인도로 돌아가는 등 불편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무단 투기 시 과태료 부과를 알리는 음성 경고와 감시 CCTV가 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는지 의문이다”고 미간을 찌푸렸다.

주민 장모(26)씨 역시 “겨울철에는 그나마 덜하지만 날이 더워지면 악취가 심해질 것이 걱정된다”며 “지금보다 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5개 자치구는 쓰레기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단속 CCTV 962대를 설치했지만, 단속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지역 내 불법투기 단속 CCTV는 △ 동구 127대 △서구 117대 △남구 357대 △북구 279대 △광산구 82대가 각각 설치돼 있다.

900여 대가 넘는 불법투기 단속 CCTV를 통한 과태료 부과 건수는 매우 적다. 지난해 광주 지역 과태료 부과 건수는 △동구 28건 △서구 0건 △남구 0건 △북구 6건 △광산구 8건에 불과했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CCTV를 통해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과 예방 효과를 기대했으나, 시민들의 인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단 투기가 계속되는 원인 중 하나로 적절한 쓰레기 처리 장소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설선미 호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빌라·원룸촌은 쓰레기 처리시설 자체가 부족해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데 어려움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단속뿐만 아니라 처리시설 확충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가 적발되면 폐기물관리법 제68조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이정준 수습기자 jeongjune.lee@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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