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김강>진격의 알리(Ali)와 테무(Temu)
김강 호남대 교수
입력 : 2024. 06. 18(화) 18:14
중국산 물건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다. 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중 95% 이상이 중국산이다. 이쑤시개에서 세면도구, 의류, 장난감에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필수적인 생필품 대부분이 중국에서 쏟아진다. 미국은 물론 우리도 대중 무역적자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 심각한 고민이다.

해외 나들이마다 여행객들은 가족과 지인의 성원에 답하듯 크고 작은 선물 한두 개쯤은 마땅히 사든다. 특별한 추억을 간직할 요량이면 집안 곳곳에 힘들게 산 기념품을 가보처럼 전시한다. 외국의 여러 방문지에서 산 물건들은 각각의 정서와 문화를 품고 있기에 볼 때마다 이국적 경험에 따른 감정의 풍랑마저 일으킨다.

그러나 애써 사 들고 온 물건의 뒷면을 확인해보자.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Made in China’다. 외형상 세계 각지에서 구한 것처럼 다양하고 ‘컬러풀’하지만 사실은 모두 중국에서 가져온 셈이다. 여기서도 제주도든 설악산이든 거의 유사한 기념품을 파는 것과 흡사하다. 파는 곳은 전혀 다르지만 만든 곳은 오로지 한곳이다. 중국은 이제 거대한 ‘세계 공장’이다.

이러한 현실에 우려되는 바는 중국산 물건의 세계화 추세보다는 국제시장에 밀물처럼 닥치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안전성 문제다.

지금까지 중국산 식품과 관련된 충격적인 뉴스가 수차례 보도되었다. 쇳가루 중국산 고추장은 대표적 사례다. 한때 국내에서 유통된 우리나라의 대형 고추장 제조회사의 제품을 조사하여 쇳가루의 검출을 입증한 바 있었으나, 이후 다시 조사한 결과 달라진 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중국산 고추를 원료로 사용하는 비율은 더욱 높아졌다. 순수 국내산 고추장은 영업 수지상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제조업체의 볼멘 변명은 싼 가격의 먹거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경제적 먹이사슬의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에 서해와 중국해를 마구잡이로 넘나드는 다국적 생선은 물론 알몸 김치, 담배 배추, 오줌 맥주 등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금 세상에는 중국산과 중국산 아닌 것, 딱 두 가지만 있다는 자조적 농담이 실감 나는 상황이다. 값싼 중국산을 쓰든가, 아니면 비싸게 주고라도 중국산 아닌 것을 쓰든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중국의 경쟁력에 밀려 생산을 포기하는 제품이 서서히 증가하면서 오로지 중국에서만 생산되는 ‘Only’ Made in China 제품도 크게 늘고 있다.

오래전 미국의 한 주부가 중국산 제품을 일체 구입하지 아니하고 1년을 버티는 생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체험담을 ‘중국산 없는 나의 일상’(A Life Without ‘Made in China’)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실험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중국산이 아닌 어린이 운동화를 찾기 위해 2주일을 헤맸으나, 결국 중국산의 4배에 이르는 이탈리아제 운동화를 사야만 했다. 장난감은 값비싼 덴마크산 레고 제품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독립기념일이나 할로윈 등 미국의 주요 축제일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성조기, 장식용 초, 폭죽, 호박 장식, 가면 의상에 이르기까지 중국산이 아닌 게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장난감 회사인 마텔사가 호들갑스럽게 중국산 장난감 일부를 리콜한 조치도 그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중국 관영방송 CCTV의 대담프로그램은 중국산 가짜불량 상품에 대한 세계 언론의 집중포화에도 아랑곳없다. 되려 적반하장이다. 세계 경제에 크게 기여 한다는 점, 누구나 살 수 있는 저가 상품을 공급한다는 점을 내세워 그들의 상술을 선전한다.

혹여나 한때 러시아에서 인기리에 팔렸던 중국산 자동차, 체리사의 ‘아물렛’으로 마티즈의 짝퉁 자동차에 대한 충돌실험의 동영상을 본 후에도 그런 억지를 부릴까. 유튜브에 실린 동영상 제목은 ‘종잇조각처럼 찌그러진 중국산 자동차’다. 게다가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주사액을 잘못 맞아 순직한 주한중국대사관 영사에 관한 슬픈 뉴스를 상기해보라.

중국의 음식과 의약품, 심지어는 마시는 물과 공기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찍이 속칭 뒷골목 소식 ‘샤다오 샤오시’에는 온갖 살벌한 이야기가 넘쳐났다. 석고보드를 하얗게 갈아 캡슐 약으로 채워 판다는 소문, 병원 폐기물 처리장에서 수집한 수술기구를 재포장해 싼값에 팔았다는 이야기 등. 무게를 늘리기 위해 내장에 쇳덩이를 넣은 활어 생선을 우리도 속절없이 맛보지 않았던가.

최근 복병으로 나선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국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진지를 탈환하려 ‘마석도’를 앞세워 매섭게 진격 중이다. 이에 뒤질세라 테무도 무차별 ‘드론’ 공격이다. 유해물질 논란에도 초저가 공세와 익스프레스 무료배송은 쿠팡과 11번가의 넘사벽이다.

요즘처럼 국경을 넘나들고 상호개입을 통제할 수 없는 시대에 각국의 문제는 곧 세계의 문제가 된다. 서구 선진국을 비롯한 우리가 중국 상품의 품질 규제를 논하기 전에 중국을 세계 공장과 화학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공모했다는 사실도 되새겨봐야 한다. 아웃 소싱 때문에 제조 분야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개탄하면서도 쓰레기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문제에는 망연히 침묵하지 않았던가.

차라리 선진 당국의 규제 기관이 나서 중국을 도와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해결에 가깝지 않을까. 이는 결국 우리를 구하는 일이다. 오늘 우리는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상대와도 공기와 물, 식품과 상품 등 너무도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 혹은 세계화의 미명에 가려진 음울한 그늘에서 무사히 빗겨날 수 있는 실천적 지혜와 정책이 우리의 새 리더로부터 조속히 발현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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