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없는 8차로 위험천만 등하굣길
광산구 성심병원 주변 8차선 도로
통학로 이용… 학생들 횡단 필수
하남산단 대형차량 통행 등 위험
“학교 300m 밖… 스쿨존 지정 불가”
유사 사례 평택시는 안전장치 설치
입력 : 2024. 05. 28(화) 18:43
광주 광산구 하남중앙초, 어등초교 등 관내 학생들이 광산구의 한 8차선 도로 횡단보도를 횡단하며 등교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 초등학생들이 등하굣길로 이용하는 왕복 8차로에 안전장치가 없어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당국은 지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사 사례가 있던 타 지자체의 경우 횡단보도를 노란색으로 칠하고 펜스 등 안전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찾은 광주 광산구 하남 성심병원 앞 교차로. 이곳은 너비 35m에 달하는 왕복 8차선 도로다. 하남산단이 인접해 있어 각종 대형 차량이 빠른 속도로 통행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도로는 경사져 있는 형태로 마주 오는 차량이나 보행자를 확인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커 보였다.

문제는 이 8차로가 인근 학교 학생들의 통학로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8차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아파트, 한쪽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위치해 있다. 학교 건너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등·하교 시 필수로 8차로를 횡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마땅한 안전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시속 50㎞로 제한하는 과속 단속 카메라 1대가 전부다. 도로반사경이나 방호울타리 등도 전무하다. 이 탓에 학생들은 30초 남짓한 횡단보도 보행신호에 의지해 매일 ‘아슬아슬’한 등하교를 하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이나 이에 준하는 안전장비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 건너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성인도 8차로를 30초 안에 건너라면 촉박하게 느껴진다. 초등학생의 경우 달리다시피 해야 겨우 시간 안에 횡단할 수 있다”며 “특히 아침에 화물차량이 많이 통행하는데 속도를 줄이지 않아 불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이 어렵다면 방지턱 등 최소한의 안전 설비를 마련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시와 경찰은 해당 도로가 학교 주 출입문 반경 300m에서 벗어나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에 회의적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처음으로 관련 민원이 접수됐고, 당시 아파트 입주자들과 만나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이 어려운 이유 등을 설명했다”며 “권장’ 차원에서 속도 30㎞ 표지판을 설치할 수는 있으나 폭이 넓은 간선도로 속도를 30㎞로 제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어린이보호구역은 학교 정문으로부터 신호등 2개 이상을 넘어가면 안 된다”며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아파트가 지난해에 준공됐는데, 입주 전부터 말이 많이 나왔던 것으로 안다. 8차선 대로변에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당연히 어린이 통행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 고원식 횡단보도 등 다른 시설 설치도 차량 통행량이 너무 많아 적절치 않다. 육교 등 다른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사 사례가 발생한 다른 지자체의 경우 적극적인 행정으로 안전대책을 강화했다.

초등학생 등굣길로 쓰이는 평택시 용죽지구 한 아파트 인접 8차로 역시 차량 흐름 등을 이유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전상 문제가 제기되자 시는 횡단보도를 노란색으로 바꾸고 어린이보호 노란색 표지판과 바닥 신호등 등을 설치했다. 속도 30㎞ 제한 외에 어린이보호구역에 준하는 설비를 마련한 것이다.

하남 성심병원 교차로 역시 지난 3일 안전 불안을 호소하는 민원이 광주시 온라인 시민소통 플랫폼 ‘광주온(ON)’에 올라오고, 21일 기준 공감 52개·댓글 26개 등이 달린 만큼 적극적으로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시는 30일 동안 공감 50표 이상을 받은 제안에 대해 시민권익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행해야 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온(ON)에 게재된 제안에 따라 광주시 교통정책과, 광산구 교통지도과·건설과, 광주경찰, 광주시교육청 등 관계 부서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현재 일부 부서에서 제출한 의견은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이 어렵다’는 내용이다”며 “5월 말이나 6월 중 시민권익위원회를 열어 제안자와 관계부서 간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선의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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