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달러독재’ 시대, 비트코인은 안전할까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입력 : 2024. 05. 16(목) 09:14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는 어떤 중앙 화폐도 범접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은 오로지 미국의 패권에서 나온다. 과거 금 본위제에서는 달러당 그만큼의 금을 보유함으로써 달러의 가치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1972년 금 본위제를 폐지하면서 지금은 그저 미국의 세계 지배력에만 달러의 가치를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독재’는 계속되고 그 정도 또한 심해지고 있다.

‘양털깎기’는 달러독재에서 비롯된다. 양적 완화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어느 순간 미 연준은 금리를 올려서 양적 긴축을 단행한다. 이때 고금리를 좇는 자본이 미국으로 이동하고 기축통화인 달러에 비해 힘이 없는 대부분 국가의 중앙 화폐는 달러 대비 환율이 폭락한다. 폭락한 환율 때문에 수입 물가는 상승하고 미국의 고금리를 따라서 자본들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부동산, 증권 등 자산시장이 가라앉으며 불황도 시작된다. 가난하고 경제구조가 나약한 국가일수록 그 타격은 더 심해 그야말로 ‘양털깎기’를 제대로 당하게 된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주장하듯 꼭 미국이 의도한 현상은 아니겠지만 미국의 달러가 워낙 막강하고 독재적인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이 자국 경제를 선순환 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임은 분명하다.

달러는 가장 단순하고 보편적인 경제원칙을 무력화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당장 공급이 많으면 가치가 하락해야 하는데 달러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2009년 미국의 금융위기 때만 보더라도 미국은 당시의 위기를 유래 없는 달러 찍기로 벗어났는데 오히려 달러의 가치는 더 치솟았고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의 화폐가 폭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런 달러의 독재, 또는 국가가 통제하는 중앙 화폐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진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주인이 없고 발행자가 없는 화폐다. 달러처럼 연준 마음대로 통화량을 조절하고 ‘양털깎기’를 당하기가 쉽지 않은 자산인 것이다. 한때 비트코인은 어느 국가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고 범죄자들이나 거래하는 어둠의 화폐라는 오명을 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잡초 같은 자생력으로 화폐 역사상 볼 수 없었던 폭발적인 상승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중앙권력도 인정하는 자산으로 성장했다. 현대 경제사에서 달러와 금은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안전자산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세상이 변한 것일까. 지금은 그 안전자산에 비트코인을 추가할 때가 온 것 같다.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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