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수상>‘소년이 온다’ 실존인물 문재학 열사 어머니 “5·18 제대로 알려질 것”
5·18 당시 전남도청 지키다 숨져
소설 속 ‘동호’라는 인물로 그려내
입력 : 2024. 10. 13(일) 18:53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에 의해 전남도청에서 사망한 ‘고등학생 시민군’ 고 문재학(당시 16세, 광주상고 1)씨의 영정이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유영봉안소에 모셔져 있다.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제공
“이번 노벨문학상으로 전세계 사람들도, 왜곡·폄훼하던 사람들에게도 5·18이 제대로 널리 알려지겠죠.”

김길자(85)씨가 13일 전남일보와 인터뷰에서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감사를 전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존 인물인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다.

문재학 열사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전남도청에서 사상자들을 돌보고 유족들을 안내했다. 어머니 김씨는 문 열사를 만류했지만 “초등학교 동창이 죽었다. 이렇게 놔두고는 못 간다”며 “학생들은 손을 들고 항복 자세를 취하면 계엄군이 죽이지 않는다더라”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하지만 문 열사는 끝내 항쟁의 중심지였던 옛 전남도청에서 5월27일 새벽 계엄군의 진압작전 중 총탄에 맞아 숨졌다.

지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공개한 사진에는 1980년 5월27일 오전 7시50분께 옛 전남도청 경찰국 2층 복도에 흥건히 피를 흘리며 쓰러진 교련복을 입은 소년 두 명이 있었다. 같은 고등학교 친구였던 문재학과 안종필이었다.

해당 사진을 보면 사망 당시 주변에 총기는 없었다. 학생들이 총기를 들고 계엄군에게 저항했던 흔적도 없었으며 빵조각만이 떨어져 있었다. 계엄군은 문 열사의 시신을 망월동에 암매장한 뒤 이를 숨겼다.

한강은 지난 2014년 문 열사의 이야기를 소설 속 ‘동호’라는 인물로 그려내 ‘소년이 온다’를 집필했다. 소설에 동호의 어머니가 동호를 그리워하는 내용은 김씨의 이야기를 한강이 글로 풀어냈다.

김씨는 지난 10일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에 반갑고 기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그동안 김씨와 김씨의 남편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했는데 한강 작가의 작품으로 전 세계에 5·18의 진상이 알려지게 돼 감사하다는 의미다.

김씨는 먼저 하늘로 떠난 아들을 그리워 하며 “이제는 많은 사람이 5·18을 알게 될 것이다”면서 “재학아, 이제 네가 못 이룬 것 다 이뤄졌으니 걱정말고 편히 지내라”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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