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대받고 망가진 한글, 모두가 되살려야
활성화 위한 개인 노력 필요해
입력 : 2024. 10. 09(수) 17:16
우리의 말과 글인 한글이 천대받고 망가져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적불명의 외래어가 전국을 뒤덮고, 언론부터 대중가요까지 각종 외국어로 표기된 제작물도 넘쳐나고 있어서다. 무관심으로 사라져가는 ‘귀한 한글’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자긍심이 안타깝다. 지금의 대중문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일정 부분 역할을 해온 언론으로서도 반성해야 할 일이다.

9일 한글날을 맞아 전남일보가 광주시내 일대를 둘러본 결과 상당수 식당과 카페, 액세서리, 옷 가게 등 상점 간판에 한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게 앞에 설치된 홍보 입간판과 문에 부착된 안내문마저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도배된 곳도 쉽게 눈에 띄었다. 어떤 종류의 영업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곳도 많았다. 아파트 이름부터 일본식 음식점이나 동남아 음식점, 유럽 풍 카페부터 대중가요의 노랫말과 언론 등에서도 외래어가 넘쳐났다. 노인과 어린이 등 외국·외래어가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새로운 장벽이다.

1446년 반포된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다. 우리 민족의 자랑이면서 긍지이기도 하다. 실제 한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6000여 종의 언어 가운데 ‘만든 사람과, 만든 동기, 만든 원리’가 완벽한 유일한 언어다. 한글로 표현 할 수 없는 글자가 없을 만큼 효용성도 뛰어나다. 이런 장점을 인정해 유네스코는 지난 1997년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세종대왕상을 제정하는 등 관심을 보여왔다.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의 말과 글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578돌을 맞는 한글날,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갖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관계망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해온 줄임말과 외래어, 국적불명의 신조어 등을 줄이는 것이다. 한글 활성화를 위한 공공기관과 기업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친근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국가의 힘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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