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모집? 인정 못해” 의료계 전공의 충원 ‘반발’
입력 : 2024. 07. 23(화) 17:32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돌입했지만, ‘빅5’ 병원 등 주요 수련병원에서는 면접 과정 등에서 보이콧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전공의 충원을 통한 의료 정상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레지던트 1년차를 뽑지 않기로 했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레지던트 2~4년차)가 하반기 모집 때 전공을 바꿔 피부과·성형외과 등 인기과에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방의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서울의 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인기과로 지원하게 되면 지역 의료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고려대 의료원 소속 교수들은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면접 탈락 사유에 ‘지역 의료 붕괴’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역시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가 고려대 의료원에 지원하면 전공의 공백에 따른 지역 의료 붕괴가 우려가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들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모집 전형은 서류와 필기, 면접·실기 등으로 이뤄지는데, 면접 과정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본 과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올바른 의료 정립을 희망하는 전공의들의 온전한 복귀에 지장이 있음은 물론 타원 및 본원의 소위 인기과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지역 필수 의료의 붕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들 역시 하반기 충원되는 새 전공의들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결국 정부의 명령대로 세브란스 전공의는 일괄 사직 처리됐고,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정원)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 가톨릭대·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 등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전공의 교육의 주체인 진료과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지도에 따라 진행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전공의들의 온전한 복귀 없이 일부 충원에 의존하는 미봉책 전공의 수련 시스템으로는 양질의 전문의 배출이 어렵다. 지방 사직 전공의가 수도권 병원으로 옮길 경우 가뜩이나 열악한 지역 필수 의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의대 교수들의 하반기 전공의 수련 보이콧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도 밝혔지만 의대 교수들은 입장을 굽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오는 31일까지다. 수련병원별 선발 절차가 완료되면 9월부터 하반기 수련 일정이 시작된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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