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되살아난 영화·드라마 각색 작품 풍성
셰익스피어인러브·렛미인 등
'나의 아저씨'도 내달 개막
입력 : 2025. 07. 13(일) 14:07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공연 모습. 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 7관왕을 차지한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받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를 통해 스크린으로 감상했던 작품들이 잇달아 연극 무대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13일 공연계에 따르면 올여름 ‘셰익스피어 인 러브’, ‘렛미인’, ‘나의 아저씨’ 등 영화나 드라마를 각색한 연극 작품이 관객들을 만난다.

지난 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한 동명 영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2014년 영국에서 초연했으며 국내에서는 2023년 첫선을 보였다.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대표하는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에서 비롯됐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연극이다. 16세기 런던을 배경으로 셰익스피어가 여성 귀족 비올라 드 르셉스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영화를 공연장으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회전무대를 사용해 영화의 장면 전환과 비슷한 효과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영화는 장면 편집으로 어디로든 장소를 이동할 수 있지만, 연극은 그렇게 할 수 없기에 전동무대로 스피드를 살렸다”며 “관객이 집에서 OTT를 보듯 어렵지 않게 극을 관람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에 린드크비스트가 쓴 동명 소설과 영화가 원작이다. 2013년 스코틀랜드 국립극단이 연극으로 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2016년 초연 이후 9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소년 오스카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대에 피가 낭자한 눈밭을 연출하는 등 공포 장르를 표방하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것이 작품의 매력이다.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영화의 현실에 상상을 더하고, 소설의 상상에 이미지를 더해 연극만의 매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피가 솟구치고,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순간의 생생함은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라고 강조했다.

인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연극으로 각색한 동명의 작품도 다음달 22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초연을 앞두고 있다.

배우 고(故) 이선균과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출연한 원작 드라마는 울림을 주는 대사를 앞세워 백상예술대상을 받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냉소적인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던 21세 파견직 직원 이지안과 세상을 조용히 버티며 살아가던 박동훈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선보인 김재엽 연출이 저마다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연대를 통해 치유에 이르는 과정을 밀도 있는 무대로 표현할 예정이다.

이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각색하는 것은 완성도가 보장된 대본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공연계에서 검증된 전략으로 여겨진다. 제작사들은 이와 함께 인지도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는 배우 이규형과 이상이, 이주영과 김향기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가 출연한다. ‘나의 아저씨’에도 박은석과 이규한, 홍예지 등 드라마에서 인지도를 쌓은 배우들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원작을 각색한 작품은 높은 접근성에 더해 원작을 알고 있는 팬들을 유입시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원작의 주제 의식을 새롭게 구현하고 무대에 맞는 연출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찬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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