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기후 위플래시'
최권범 취재1부 선임부장
입력 : 2025. 06. 02(월) 17:37
최권범 부장
지구촌 곳곳이 ‘기후 위플래시(hydroclimate whiplash)’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말로 ‘hydroclimate’는 수중기후, ‘whiplash’는 채찍질을 뜻하는 데, 학계에서 극단적인 기후현상을 표현할 때 쓰는 용어다. 말 그대로 ‘기후로 채찍질을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자면 기후 변화로 인해 극심한 무더위와 가뭄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거나, 홍수가 발생한 후에 곧바로 가뭄이 찾아오는 현상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위스의 한 산간마을을 대규모 산사태가 덮쳐 마을의 90%가 매몰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빙하에서 떨어진 얼음 조각과 막대한 양의 바위, 토사가 마을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장면이 드론 영상에 포착돼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산사태 원인은 알프스 빙하가 기후 변화로 인해 급격히 줄어들고 고산지대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지반이 점차 불안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일종의 ‘기후 위플래시’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100년 이내에 알프스의 빙하가 모두 녹아 사라질 수 있으며, 이같은 재난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위기로 인간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기상청은 올 여름 역대급 폭염을 예고했다. 지난해 광주·전남은 물론 전국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며 큰 피해를 입었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최장 기간 폭염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올 여름은 지난해 기록을 뛰어 넘어 ‘역대 최고’를 또다시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해를 거듭할 수록 지구의 기후 변화가 심상치 않다. 기후 변화는 이제 인류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상황에 이르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해졌다. 3일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앞다퉈 대응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들은 새 정부에서는 말뿐이 아닌 실천을 담보한 기후정책이 펼쳐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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