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생 복귀' 해법 암시… 전환점 마련될까
내년 정원 3058명 검토…대안 마련
미복귀 시 의사 배출 등 타격 우려
명분 필요… '전원 복귀' 철회 요구
입력 : 2025. 03. 14(금) 17:14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의대 증원 0명’ 입장을 내비쳤던 대한의사협회(의협) 내부에 기류 변화가 감지되면서 1년 넘게 대치해온 의정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면서 제시한 복귀 시한인 이달 말까지 의협이 의대생들의 복귀를 유도해 사태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택우 의협 회장은 지난 12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최근 정부의 내년 의대정원 3058명 발표에 따른 의협의 입장과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의료계 내부에서 이달 말까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향후 의대 교육과 의사 배출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 회장은 강경 모드를 유지해온 내년 의대정원에 대한 기존 입장과는 결이 다소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가고 2027학년도부터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서 논의해 결정하는 방안을 두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8일 전국광역시도의사회 회장단 비공개 회의에 참석해 “내년에 (의대 신입생을) 한 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가 “재고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의료계에선 내년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가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개선과 의사들의 법적 부담을 줄여주는 ‘의료사고특례법’의 조속한 제정,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이 이날 정부의 내년 의대정원 3058명의 전제조건인 이달 중 ‘의대생 전원 복귀’ 철회를 에둘러 요구한 것도 의대생들이 복귀할 명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정부 협상의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 7일 교육부가 내년 의대정원과 의학교육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을 당시 의협이 서면 입장문만 냈던 것을 감안하면 전향적이다.

의협이 연 이날 정례 브리핑에선 정부가 ‘전원 복귀’를 전제조건으로 걸지 않았다면 의대생 복귀를 유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들도 다수 나왔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내년) 정원과 모집인원을 갖고 (정부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3058명으로만 얘기했으면 분위기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느 시점을 정해놓고 얘기하니 당사자들에게 계속 불편하게 들리는 것”이라면서 “조금 더 부드럽고 유연한 자세로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지난해 발표한 전공의 7대 요구사항, 의대생 8대 요구안을 다 들어줘야 움직일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내년 의대정원 발표 후속 조치에 나서면 의대생 복귀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대생 전원 복귀 전제조건만 없었어도 의대생들이 복귀 의사를 밝혔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3월이 의대교육이 가능한 마지노선이고 교육부도 이달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제적조치 하겠다고 경고했다”면서 “의사 선배로서 의대생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이 이달 말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에 24·25·26학번이 모두 1학년이 되는 ‘트리플링(tripling)’이 벌어져 1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번에 수업을 받게 돼 교육이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의사 배출 시스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도 우려된다. 의대생들이 수업 일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이달 말까지 결석을 하게 되면 유급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의대 증원에 반대해 학교를 떠나 유급된 학생들이 올해도 유급되면 대규모 제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협은 대정부 협상의 또 다른 조건으로 의대증원 정책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해당사자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정부를 향해 거듭 요구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가장 큰 문제인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의 대승적 결단과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사태를 빨리 해결하고 의료개혁 과제를 비롯한 많은 정책 과제들을 정부와 논의해 망가진 의료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사태의 전환점이 마련될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의협 집행부 내부에서 이견이 분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대통령실은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의지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주께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조기 대선 여부 등 정치적 요인도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김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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