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뉴스>영화계서 불거지는 AI 활용 논쟁
입력 : 2025. 03. 09(일) 18:00
지난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영화 ‘브루탈리스트’를 통해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시상식에 앞서 브로디는 영화 속 헝가리어를 사용하는 장면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개최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제작한 영화가 여러 부문의 수상 후보에 올라 논란을 일으켰다. 유대계 헝가리인 건축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3개의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이 영화는 앞서 AI가 주인공들의 헝가리어 대사 발음을 교정하고 건축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활용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편집의 예술’로 불리는 영화 장르임에도 AI를 활용한 작품을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리는 게 형평성에 맞는지에 관해 갑론을박이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영화 제작에 AI 기술 접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창작 예술로서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I 기술은 영화에서 배우의 표정과 목소리를 편집하거나, 과거 얼굴을 소환하는 등 제작 과정에서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AI 디에이징’ 기술은 AI 기반 신경망 모델링을 통해 배우가 과거에 출연한 작품의 영상 정보를 추출한 뒤, 촬영본 영상에 덧씌워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 젊은 시절의 캐릭터를 구현해야 하는 상황에서 메이크업·코디의 도움 없이 배우의 젊을 외모를 선보일 수 있다.

이 밖에도 캐릭터의 목소리·발음 등 소리와 관련된 영역에서도 AI가 활용되고 있으며 영화의 초안 시나리오 작성 등에도 점차 AI 활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영화 제작자의 AI 활용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른바 ‘안티 AI’를 표명하고 나섰다.

최근 세계적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올 연말 개봉 예정인 ‘아바타3: 불과 재’에서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열린 질의응답 세션에서 “영화 시작에 앞서 오프닝 타이틀에 ‘이 영화 제작에는 생성형 AI가 사용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이같은 발언은 AI 수용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할리우드에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최정점에 서 있는 ‘아바타’를 연출한 감독조차 전통적인 영화 제작 가치를 보존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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