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호 강진의료원장>“'의료 불모지 전남' 의료진 양성·정착 방안 고민해야”
●정기호 강진의료원장
전남 국립의대 설립 정상추진 시급
의정갈등·정원문제와 별개 추진돼야
전남 의사 수 1000명당 1.75명 불과
의료 인력 정착 위한 지원 확대 필요
지역맞춤형 지방의료원 역할 강화도
입력 : 2025. 02. 02(일) 18:29
정기호 강진의료원장이 전남지역의 열악한 의료 상황을 설명하고 전남 국립의대 신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전남 국립의대 신설’이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의료 불모지’인 전남의 필수의료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국립의대 신설과 더불어 지역에서 의료진을 양성하고 정착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이에 본보는 열악한 지역 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정기호 강진의료원장에게 지역 의료의 현주소와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전남지역의 의료 상황을 진단한다면.

△전남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곳인데다, 의사 수도 인구 1000명당 1.75명에 불과해 전국 평균인 2.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그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역적으로는 노년 인구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된 곳인만큼 의료 수요는 높으나, 정주여건 등 여러가지 이유로 지역으로 향하는 의사가 없어 필요한 의료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다. 실제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8~2022년 기준 급성기 입원 환자의 중증도를 보정한 기대 사망자 수와 실제 사망자 수를 비교한 수치인 ‘중증도 보정 입원 사망비’는 1.1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며, 치료 가능 사망률 또한 인구 10만명당 49.40명에 달한다. 전남에서는 기본적인 필수 의료를 누리는 것 조차 힘들다는 뜻이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과 관련해 정부 및 정치권에 요구되는 역할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끝이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으로 인해 전남 국립의대 신설과 더불어 이를 둘러싼 의대 정원 확보 여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국립의대 신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정갈등과 정원 확보 문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본다. 순천대와 목포대가 기나긴 논의를 통한 통합 합의에까지 성공한 만큼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반드시 이행해야만 할 과제다. 만에 하나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남 국립의대 신설은 정부가 주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업에는 연속성이 필요한 만큼, 관련 문제는 작금의 비상계엄 정국 뿐만 아니라 정권이 교체된다 하더라도 다른 방향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

-지역에서 의사를 양성한 후 이들을 지역에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피안성’이라는 말이 있다. 의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진료과가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의료법상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우리 모두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지적할 수는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당근요법’이다. 필수진료과를 선택하더라도 의료 수익이 발생할 수 있게끔 건강보험수가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급여나 의료 수익을 떠나 열악한 정주요건 등으로 지방에 오지 않는 의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 교육이나 복지, 문화 등 사는 곳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사안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남 국립의대 신설 과정에서 일본 자치의대 등 성공사례를 참고하는 등 중장기적인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실제 일본 자치의대의 경우 지역 사람들을 위주로 선발, 졸업까지 100%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9년 가량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부분의 졸업생들은 지역에서 의무근로를 하며 지역에 정착하고, 의무근로 기간이 끝나더라도 약 70%가 지역에 정착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립의대 신설에 따른 지방의료원의 역할 확대 방안은.

△우선적으로 의과대학 신설 후 병원을 설립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한데다, 의료진 육성에도 10년 이상이 걸린다. 병원 설립에 따른 시간과 예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목포와 순천, 강진에 위치한 의료원을 활용하는 것 또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병원을 설립한다 해도 각 의료원이 가진 특색을 활용해 특수 전담병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순천의료원의 경우 공업단지 발전으로 인한 산업시설이 많은 만큼 산재나 재활 등에 초점을, 강진의료원은 서남부에 위치해 농어촌인 및 고혈압, 당뇨, 심뇌혈관 환자 등 노인성 질환을, 목포의료원은 규모가 큰 만큼 종합전문의료원으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료원에 대한 활용방안에 대해 깊이 논의해야 한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에 대한 의견과 이유는.

△전남 국립의대는 전남도민들이 30년간 염원해오던 현안인 만큼 반드시 신설돼야 한다. 도서산간지역이 많아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전남의 특성상 지역 출신이나 지역에 연고를 둔 학생을 양성할 수 있는 국립의대가 들어서면 지역 필수 공공의료 기반 강화 및 인력 수급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전남 국립의대 신설에 따른 기대효과는.

△전남은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인해 의료 수요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대도시권에 있는 병원으로 향하며 1년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의료비 역외유출이 발생하는 등 지역의 경제적 손실도 크다. 그러나 전남 국립의대가 신설될 경우 관련된 재원을 지역에 재투자함으로 인해 지방의 필수 의료 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으며, 역외로 유출되던 의료비도 지역에서 쓰이는 등 지역경제 발전에는 물론 국토 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약력

△광주 제일고등학교 졸업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제7대 전남도의원

△제47·48대 영광군수

△생물산업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제14·15대 강진의료원장
오지현 기자 jihyun.oh@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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