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의 첫인상, 또 오고 싶은 도시 만들고파"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에 사람을 연결하다
<3>곡성 ‘그리곡성’ 추선호 대표
지역 자연·사람을 주제로 한 콘텐츠
외지인의 시선으로 곡성 담아내
농촌유학 등 관계인구 형성 초점
"최종 목표, 곡성여행 거점 호텔"
입력 : 2024. 12. 09(월) 18:54
2017년 창업한 곡성 주민여행사 ‘사회적협동조합 그리곡성’은 지난 8년간 지역의 자연과 생태, 환경을 기반한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추선호 그리곡성 대표의 모습. 그리곡성 제공
‘곡성의 첫인상’이 되고자 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그리곡성(그리곡성)’은 곡성을 여행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주민여행사다. 지역의 자연, 사람이라는 주제로 여행을 제공하며 여러 곡성 업체와 상생을 목표로 2017년 시작을 알렸다. 지난 8년간 지역의 자연과 생태, 환경을 위한 다양한 시도로 코로나 시기에만 연 1000여명이 그리곡성을 통해 곡성을 찾을 만큼 성공을 거뒀다.

현재 그리곡성 주요 사업은 △생태환경교육콘텐츠 △로컬여행서비스 △마을호텔 △공간대여 △로컬상품도소매 등 교육 및 워크숍,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속 가능한 정주환경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추선호 그리곡성 대표는 2014년 서울에서 내려와 곡성에 터를 잡은 지 올해로 딱 10년 차다. 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 곡성으로 내려온 초반에도 서울서 했던 출판, 마케팅 관련 일을 해오다 여행자들을 위한 책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곡성에서 살려면 여기에 맞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성에서 몇 년 살아보니 여기 사는 사람이 오히려 지역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고 창업을 결심한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저희 같은 외지인들은 지역의 모든 것이 다 신비롭고 새롭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곡성 이곳저곳을 지역민들보다 더 많이 다녔다고 자부할 수 있다”며 “여행객들에게 곡성을 잘 전달하기 위해 책을 통해 지역에 관해 공부하기도 했고, 문화관광해설사분들을 따라다니며 그분들이 가진 숨겨진 곡성의 이야기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그리곡성은 △생태환경교육콘텐츠 △로컬여행서비스 △마을호텔 △공간대여 △로컬상품도소매 등 교육 및 워크숍, 콘텐츠 개발을 통해 곡성 유입되는 관계 인구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곡성 제공
외지인의 시선에서 지역을 바라봤던 추 대표는 창업 초창기 온갖 지역 정보가 빼곡히 담긴 지자체발 관광지도가 오히려 여행객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주목, 새로운 관광지도 ‘곡성마실’을 만들었다. 곡성마실은 ‘대표 관광지’, ‘밥집·숙소’, ‘산책로’, ‘영화 곡성 촬영지’ 등 총 4장으로 지도별 장소는 추 대표와 당시 조합원들이 직접 다녀보고 먹어보고 묵어보며 심혈을 기울여 선정했다.

이어 그는 1년, 4계절의 곡성을 느낄 수 있는 ‘곡성한바퀴-코시린 겨울여행, 꽃바람 봄여행, 개미진 여름여행, 야무진 가을여행’을 운영을 시작했다. 또 섬진강물멍트레일워킹, 곡성숲멍트레일워킹 등 여행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관내 업체와 협업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섰다.

추 대표는 “여행은 여행사 하나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식당과 잠자리가 있어야 하고 거기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그다음 간식이나 도시락, 기념품도 필요해 제과점, 수공예 기업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업체들과 협업이 필수다”며 “저희가 제공하는 여행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모든 것들은 곡성 영세기업 제품이고 업체들에 공정하게 수익을 배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역의 자연이라는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제품을 다회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간식 꾸러미도 면 파우치로 담아 드리고, 텀블러를 대여해 드린다. 저희가 지키고자 하는 곡성의 자연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그리곡성을 통해 외지인이 곡성에 좋은 첫인상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리곡성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여행, 지키고 싶은 환경 등 ‘다시 오고 싶은 곡성’을 만들고자 한다.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지역의 살길은 ‘관계 인구 형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저희가 외지인들에게 곡성에서 살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동기는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곡성의 가을을 여행했던 분들이 곡성의 봄, 여름, 겨울이 궁금할 수 있도록, 마트에 가더라도 곡성산 멜론, 딸기를 보고 더 반갑게 느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그리곡성은 지난 2021년부터 곡성군미래교육재단과 함께 ‘곡성농촌유학-두근두근 곡성곳곳’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농촌유학은 전남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의 업무협약을 통해 서울 거주 초등학생들이 가족과 함께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을 곡성서 거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추 대표는 “도시에서만 살던 학생들이 곡성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시골마을을 찾아 봄에는 봄나물을 캐서 음식을 만들고, 여름에는 개울에서 낚시하거나 다슬기를 잡는다. 숲에 들어가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공예품을 만들기도 한다”며 “올해에는 12가구가 곡성에 농촌유학을 다녀갔다. 입소문이 나 경쟁률이 4:1 정도로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리곡성의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든 식품이든 관광이든 곡성에서 나오는 것들로만 이뤄진 더 큰 규모의 여행 거점 호텔을 만드는 것이다.

추 대표는 “로컬을 느낄 수 있는 호텔로 저희끼리는 ‘로컬 커뮤니티 호텔’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여행 주제에 숙박이 거점이 되도록 하고 싶다.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지역 콘텐츠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 취재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지역이슈 최신뉴스더보기

기사 목록

전남일보 PC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