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 번의 우승 모두 함께한 ‘유일한 주인공’
‘V12’ KIA타이거즈 2024년 결산
<14·끝> 투수 양현종
정규시즌 29경기서 11승 5패
올해 리그 최다 세 차례 완투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 발판
“모든 우승 경험 자부심 있다”
입력 : 2024. 12. 05(목) 16:08
KIA타이거즈 양현종이 지난 10월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2차전 3회초 2사 만루 위기에서 김영웅을 플라이로 처리한 뒤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치며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2009년도, 2017년도, 지금도 저는 마운드 위에 있습니다.”

KIA타이거즈에 ‘리빙 레전드’라는 표현을 붙일 수 있는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그 주인공은 ‘대투수’ 양현종.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아홉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해태타이거즈에서 KIA타이거즈로 새롭게 출발한 뒤 세 차례 영광의 순간을 모두 함께한 이다.

양현종은 올해 정규시즌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승 5패와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 이의리, 윤영철 등 개막 로테이션에 발탁됐던 다섯 명 중 유일하게 완주에 성공했다.

양현종이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KIA의 투수진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의리와 윤영철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도 김건국과 김사윤, 임기영이 임시 선발로 나섰고 황동하와 김도현은 로테이션의 한 축을 책임질 수 있는 자원으로 발돋움했다.

올해도 이어진 대기록 행진은 양현종의 꾸준함을 대변한다. 양현종은 4월7일 광주 삼성전에서 개인 통산 1만 타자를 상대하는 금자탑을 쌓았고, 4월2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개인 통산 170번째 승리를 완성했다.

이어 5월25일 광주 두산전에서 개인 통산 2400이닝 투구를 달성했고, 6월6일 광주 롯데전에서는 개인 통산 2000번째 탈삼진을 잡아냈다. 7월4일 대구 삼성전에서 개인 통산 500번째 등판을 소화했고, 7월10일 잠실 LG전에서는 개인 통산 400번째 선발 등판과 11시즌 연속 100이닝 투구를 동시에 달성했다.

대기록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양현종은 8월21일 광주 롯데전에서 10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시에 KBO 리그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종전 송진우 2048개)을 경신했다.

또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9월25일 광주 롯데전에서는 개인 통산 2500이닝 소화와 함께 KBO 리그 최초 10시즌 연속 170이닝 투구의 위업을 이루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특히 양현종은 올해 리그 최다인 세 차례 완투를 소화하며 36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체력을 과시했다. 이 중 한차례는 5회말 강우 콜드로 종료되긴 했으나 올해 KBO리그에서 두 차례 이상 9이닝 완투를 소화한 선수는 전무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양현종의 존재감은 빛났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싹쓸이했던 2017년 만큼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마운드 위에서나 더그아웃에서나 양현종은 팀을 이끌어줄 수 있는 리더였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이를 발판 삼은 KIA는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가져오며 우승 확률 90%를 확보했다.

3승 1패로 앞선 5차전에도 선발로 나선 양현종은 2.2이닝 5실점으로 주춤하며 조기 강판됐다. 하지만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에게 힘을 실었고 양현종의 뒤를 이은 김도현의 호투에 이어 곽도규와 장현식, 이준영, 전상현, 정해영까지 무실점을 이어가며 극적인 역전승으로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양현종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우승은 항상 좋은 것 같다. 저는 KIA에서만 세 번을 경험했는데 너무 뿌듯하고 자부심도 있다”며 “올해는 무조건 우승을 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저를 포함한 고참들도 항상 후배들에게 마음 편하게 하라고 얘기했는데 긴장하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해 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중간 투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리드를 지키거나 타선이 동점을 만들 때까지 버텼다. 역전했을 때도 지켜줬다”며 “주목을 많이 못 받지만 정말 노력했다. 칭찬받아야 마땅한 선수들”이라고 공을 돌렸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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