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주 공공기관 기강해이 부끄럽지 않나
허위·부실자료 신뢰 무너뜨려
입력 : 2024. 11. 06(수) 17:04
광주시 산하기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 같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허위·부실 자료를 제출하고 다른 목적을 위해 촬영된 사진을 부분 편집해 제출한 것은 민선 8기 광주시의 느슨한 행정을 보여주는 ‘민낯’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광주는 지역소멸의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불확실성의 시대, 위기를 체감하지 못한 광주시의 안일한 행정이 안타깝다.

당장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지난 5일 시 출연기관인 광주테크노파크의 행정사무감사를 중단했다. 전년도에 제출한 자료와 올해 자료가 일치하지 않거나 잘못 기재된 내용이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행정사무감사 첫날인 지난 4일에는 광주관광공사가 다른 목적을 위해 촬영한 사진을 부분 편집해 제출하고 운영일지를 정확하게 기재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광주도시공사에서는 법률고문 대리인 명단과 각종 위원 수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신뢰를 잃은 행정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자치단체가 출자한 산하기관의 신뢰는 청렴도를 높이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력이다. 하지만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민선 8기 광주시가 외쳤던 공공기관 개혁은 공염불이 됐고 시민과의 신뢰감은 무너졌다. ‘능력 위주의 인사’라며 크고 작은 공공기관에 측근을 기용해 온 강기정 광주시장의 ‘정실 인사’가 만든 예견된 결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믿고 싶지 않는 말이지만 온갖 구설에도 산하 공공기관장에 측근을 거듭 기용해 온 강 시장의 과거를 감안하면 믿지 않을 수도 없다.

광주시는 산하기관의 기강 해이를 엄중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단순 오기’라는 해명은 의회는 물론이고 시민까지 무시한 부끄러운 행태다. 신뢰를 잃은 부분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보여준 성의 없는 행정사무감사가 제 식구끼리 감싸는 온정주의였다면 광주의 미래는 없다.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내용이 허위작성됐다’는 시 의회의 지적이 강 시장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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