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명왕성의 신비
이용환 논설실장
입력 : 2024. 10. 17(목) 17:51
이용환 논설실장
2006년 1월 19일 오후 2시. 미국 항공우주국이 명왕성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 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전 세계에 알렸다. 우여곡절 끝에 첫 걸음을 내디딘 명왕성 탐사. 1930년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발견한 이후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미지의 행성이었다. 궤도는 물론이고 대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밝혀지지 않았을 정도였다. 더욱이 그 해 국제천문학연합은 태양계의 9번째 행성이던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강등시켰다. ‘죽음의 별 명왕성의 신비를 풀기 위한 인류의 도전’이라는 게 미국 항공우주국(NASA) 콜린 하트먼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뉴 호라이즌스 호가 명왕성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당장 전례가 없었던 우주 탐사계획을 구상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우주선 제작에 착수할 자금 확보를 위해 탐사계획서를 작성했다가 6차례 실패했고, 정치적 압박과 대기업 등의 방해로 계획이 무산될 위기도 수차례 이어졌다. 지구에서 명왕성까지의 거리인 48억㎞를 ‘총알의 14배’ 속도인 초속 13.78㎞로 날아간다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그야말로 14년의 시간과 2500명의 과학자가 집념과 끈기로 쌓아 올린 기적의 우주 드라마였다. (엘런 스턴 저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성과도 컸다. 2015년 7월 14일, 명왕성과 1만 2550㎞까지 접근한 뉴호라이즌스 호는 명왕성의 위성인 카론과 닉스, 히드라, 케르베로스, 스틱스 등 5개의 위성을 관측했고 명왕성을 촬영해 지구로 보낸 사진은 전 세계 신문 1면을 장식했다. 근접 비행 당일 명왕성을 보려는 NASA 웹 사이트 접속자 수가 20억 명을 넘기도 했다. 베일에 가려있던 태양계 끝, ‘카이퍼 벨트’도 탐사했다. 지금도 뉴호라이즌스 호는 지구에서 44.26광년 떨어진 카이퍼 벨트를 지나며 미지의 우주로 향하고 있다.

최근 과학자들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명왕성의 달 카론에서 행성 탄생의 열쇠가 될 이산화탄소와 과산화수소 등의 물질들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한다. 우주 암석과의 충돌로 카론 표면에 이산화탄소가 뿌려지고, 카론 표면의 물 분자가 태양 방사선으로 분해돼 과산화수소가 생겼을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추정이다. 명왕성을 유명하게 만든 표면의 하트 무늬가 얼음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셀 수 없는 얼음과 바위로 이뤄진 카이퍼 벨트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멀리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육안으로는커녕 망원경으로도 쉽게 볼 수 없는 명왕성. 그 차갑고 작은 행성의 신비로움이 오늘 따라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용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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