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농사지은 팥·흰 완두콩으로 ‘건강한’ 양갱 제조
●구례서 3년째 '사계양갱' 운영 강미선 대표
주재료 밭에서 직접 재배·수확
‘구례의 사계’ 각기 다른 맛 구현
설탕 대신 과일 본연의 단맛 활용
지역 농가와 협력·재료 수급 원칙
입력 : 2024. 10. 14(월) 17:23
구례에서 3년째 ‘사계양갱’을 운영중인 강미선 대표
구례에서 직접 농사지은 팥과 흰 완두콩을 활용해 수제양갱을 생산하는 청년농업인이 있다. 구례읍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3년째 ‘사계양갱’을 운영 중인 강미선 대표다.

한국농수산대에서 학습한 농업 사전지식과 양갱제작 전문기관에서 기술을 습득해 1년, 12개월의 맛을 각각 다른 양갱 맛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강 대표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양갱이 선호 간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점에 착안해 세대별 맞춤 양갱과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재료를 수급받아 새로운 양갱을 출시하는데 매진할 계획이다.

강미선 사계양갱 대표가 지역 특산물인 산수유를 첨가한 양갱을 선보이고 있다
● ‘구례의 사계절’ 양갱으로 표현

구례군 구례읍 버스터미널 일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가게가 눈에 띈다. 가게 앞에 다다르자 팥을 삶을 때 나는 고소하면서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강미선 대표가 양갱을 박스 상자에 포장하느라 분주하다. 업체명 ‘사계양갱’은 사계절 자연을 양갱에 담는다는 뜻이다.

지난 2021년 사계양갱의 문을 연 강 대표는 △생딸기 농축 과즙을 넣은 딸기맛 △진하고 고소한 유기농 우유로 신선함을 유지한 우유맛 △패션후르츠맛 △녹차 본연의 쌉싸름하고 구수한 풍미가 입안을 감싸주는 녹차맛 △망고·초코맛 △흑임자맛 등 총 12가지의 양갱을 만들고 있다.

딸기, 오렌지, 멜론, 라즈베리 등 각종 과일 퓨레를 직접 갈아 1년, 12개월 각각 다른 맛을 선보였다.

설탕 사용을 하지 않고 과일 본연의 단맛을 활용했기 때문에 건강간식으로도 손색이 없다는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모양과 크기를 달리하고 위에 식용 금가구를 뿌려 얹은 ‘金양갱’도 선물용으로 많이 찾고 있으며 구례 산동 산수유를 첨가해 만든 사계산수유양갱도 지역 대표 메뉴다.

강 대표가 만든 양갱의 특징은 주재료인 팥과 흰완두콩을 직접 재배해 사용하고 과일은 구례에서 나는 것들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양갱은 깨끗이 씻은 팥을 8시간 이상 끓인 다음 팥을 짜고 다시 거르는 과정을 거친다. 하얀 면포에 짜기를 반복하고 응고될 때까지 기다린다. 이때까지는 쫀득거리는 식감이 젤라틴보다 덜하지만, 식물성 국내산 한천가루를 첨가하면 완성된다. 제품화되기까지 꼬박 하루가 소요되지만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판매로 지난해 기준 연매출 1억원을 기록했다.

● 양갱 재료, 밭농사로 자급자족

양갱은 1589년 일본 와카야마현의 스루가야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졌으며 17세기부터 류쿠와 아마미 제도에서 흑설탕이 생산되기 시작해 일본으로 유입되면서 양갱에 설탕을 쓰는 방식이 일반화됐고 에도 시대 때는 전성기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한국에서는 8·15 광복 이후 일본인 공장장이 버리고 간 양갱 공장을 해태제과가 인수해 만든게 처음이다.

유년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자란 강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해 전문지식을 학습한 바 있다. 여성 혼자서도 재배가 가능한 팥과 흰완두콩 농사를 택하게 됐고 재배량이 뒷받침되면서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가운데 양갱을 선택하게 됐다.

강 대표는 “농수산대 졸업생들은 의무농사를 지어야 한다. 아버지가 벼농사를 하시지만 벼 분야는 대농을 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혼자서 팥농사를 할 수 있는 땅을 찾다 보니 구례읍부터 마산면, 토지면까지 넓혀나가게 됐다”며 “3년 전 200평 밭에서 400㎏의 팥을 처음 수확했다. 수작업 해야 하는 팥 특성상 힘이 들었지만 성공적인 첫 수확이었다. 현재는 800평의 땅에서 팥과 흰 완두콩을 재배하고 있고 수확량도 1200㎏ 이상으로 양갱 재료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실정이 됐다”고 말했다.

● 젊은층 겨냥 신제품 개발

농업대를 졸업하고 양갱에 도전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익힘의 정도 등 까다로운 요리법이 요구된 것.

강 대표는“양갱 조리시 덩어리가 생기지 않고 균일하게 걸쭉해지도록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중간불로 조리하고 최종 질감과 맛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혼합물이 타거나 너무 익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양갱혼합물이 걸쭉해진 후 너무 빨리 굳거나 덩어리지지 않도록 틀에 바로 붇고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실온이나 냉장고에 넣어 완전히 굳혀야하는 등 까다로운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1년 서울봉봉아카데미를 통해 양갱 제작과정부터 재료별 제작 실습 등의 과정을 익혀 현재의 양갱 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부터 7월25일까지 시행된 인터파크쇼핑 식품 카테고리분석에 따르면 2030 세대가 가장 많이 구입한 간식 1위로 양갱·27%, 2위 누룽지·24%로 집계된 바 있다.

강 대표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신메뉴 개발과 지역농가 상생에 나설 계획이다.

강미선 대표는 “양갱의 대중화된 재료는 팥이지만 고구마, 밤, 녹두, 호두, 감, 아몬드, 인삼, 녹차 등의 재료로도 양갱 가공이 가능하다”며 “젊은이들도 양갱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세대별 입맛에 맞춘 신제품을 발굴하고 지역 농가와 협력해 재료들을 수급하는 것을 최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조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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