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시의 흐름을 전하는 특별 기획 ‘시 보다 2024’가 출간됐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젊은 시인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기 위해 지난 2021년 문지문학상 시 부문을 신설했다. 문지문학상 시 후보작을 묶어 해마다 한 권씩 출간하는 시리즈로 네 번째를 맞이한 올해는 박지일, 송희지, 신이인, 양안다, 여세실, 임유영, 조시현, 차현준 시인의 작품들이 수록됐다.

박지일의 ‘물보라’는 “시에 스며 있는 근원적 비애와 에너지를 동시적으로 형성”한다는 찬사를 받았고 송희지의 ‘루주rouge’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새로운 서정의 출현을 예감하게 만든다”는 평을 받았다.

신이인은 ‘실 낙 원’에서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무해한 마음으로 더 넓은 시 세계를 유영한다.

양안다는 시 ‘다음 미래’를 통해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시선이 동시에 맞물려 얽혀 있는 시적 그물망을 삶 가까이 끌어올린다.

이밖에 심사위원들은 여세실의 ‘방학 숙제’를 특유의 천진한 태도와 투명하게 비치는 언어로 독자에게 에너지를 부여한다고 평했고 임유영의 ‘연해주’를 다채로운 장면들을 돌발적으로 연결해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색다른 방식으로 펼쳤다고 논평했다.

조시현의 시 ‘캠프파이어’는 시와 사랑에는 어떠한 한계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되새기게 만들고 차현준의 ‘붙여놓기’는 수사나 장치보다 언어 그 자체에 주목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 작품이다.

책 읽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 일컫는 선선한 가을이 찾아온 지금, 젊은 시인들의 언어적 운동에너지에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 시의 시대가 사라져 버린 것 같던 시간 속 어느새 낯선 감각을 다시 읽어줄 독자들이 출현한 것은 한국 문학의 심층에서 본 적 없는 시 쓰기와 시 읽기가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